2024년 11월 19일 화요일

장례를 마쳤다.

 

13일 수요일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16일 토요일에 고인을 화장하고 유골함을 안장했다.

11일 월요일에 방사선치료를 위한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갔었다. 노인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그 날이 나와 동생, 엄마와 아버지가 함께 시간을 보낸 마지막 날이 되었다. 빈소 옆에 담요를 깔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아버지와 주고 받은 마지막 대화는 자동차의 대쉬캠에 녹음이 되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나는 혼자 그것을 여러 번 들어보고 있었다. 장례를 다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일요일엔 밀린 잠을 잤다.

18일 월요일, 유골함을 놓아두고 온 장소에 가족들이 다시 모였다가 시골집에서 엄마의 짐 정리를 돕고 돌아왔다. 추모원엔 색으로 물든 나뭇잎과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유난히 파란 하늘 아래에서 센 바람을 맞고 있었다.


2024년 11월 9일 토요일

성수동, 그리고

 

성수동에서 공연을 했다. 중학교를 다닐 때에 걸어서 오고 가던 동네가 이젠 많이 변하여 처음 가보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삼십 분 약속이 되어있던 공연은 한 시간을 채우고 나서 끝났다.

연주를 마치자마자 화양동 집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상태가 더 나빠져 있었다. 발과 다리가 부어 있었고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노인의 다리에 병원에서 썼던 스타킹을 신겼다. 그것으로 부종이 완화될 것 같진 않았다. 월요일에 방사전치료를 위한 진료가 예정되어 있는데 지금은 진료와 상담이 아니라 급히 입원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늦은 시간에 돌아왔던 것도 아닌데, 자리가 부족하여 주차하는 데 오래 걸렸다. 악기를 들고 집으로 걷는데 머릿속이 복잡하였다.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영암에서 공연

 

전날부터 나주, 영암엔 비가 내렸다. 금요일엔 하루 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야외에 설치된 무대 바닥은 흠뻑 젖어있었다. 사운드체크를 한 후 물기 많은 트랙을 한 번 걸어보았다. 날씨 때문에 관객이 많이 없겠지만 연주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귀를 틀어막은 인이어 덕분에 천막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음악 소리와 섞여서 듣기 좋았다.
사십여분 공연을 마친 후에 차 안에서 몸을 녹이니 잠깐 동안 덜덜 떨렸다. 가는 비가 부딪는 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듣다가 충북을 지날 즈음 비가 내리지 않아 음악도 잠시 꺼두었다. 어둡고 고요한 고속도로가 친숙했다. 심야에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 라면을 팔고 있는 것을 기억했다. 자정에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먹고 기운을 차려 집에 돌아왔다.


2024년 10월 13일 일요일

세종시에서 공연

나뭇잎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하늘이 흐린 덕분에 낮에 운전할 때 눈이 부시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다. 팔당대교 북쪽에 가는 길까지 너무 정체가 심하여 시간을 많이 썼다. 145킬로미터, 2시간 52분 걸렸다.

잘 꾸며진 무대 뒤에 주차한 후 차 안에서 몸을 눕히고 조금 쉬었다. 일몰 후에 차 안에서 내다 본 무대 위 하늘이 근사해보였다.

리허설을 삼십여분 하고, 그대로 무대 위에 서있다가 첫 곡을 시작했다. 베이스 앰프 캐비넷에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반가왔다. 공연 중에 앰프 소리를 듣고 싶어서 한 쪽 인이어를 잠깐 빼어 보기도 했다.

한 시간 조금 넘는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출발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음악을 틀어두고 오른쪽 차선 위에서 느긋하게 운전했다. 좋은 음악들을 듣고 있으니 몇 주 동안 바쁘게 내쉬었던 숨을 고르는 기분이 들었다. 운 좋게도 집에 돌아와 주차할 자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