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첫날, 대전에서 공연했다. 알람을 듣고 깨어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곧장 출발, 정체 심한 고속도로에서 평균 시속 54킬로미터로 대전에 도착, 리허설, 도시락 먹고 오후 다섯 시에 공연 시작, 저녁 일곱 시 이십 분에 집으로 출발하는 하루 일과를 보냈다.
열흘 전 짧은 행사를 할 때부터 페달보드 대신 멀티이펙트 페달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덕분에 가지고 다니는 짐을 줄이게 됐다. 이번엔 악기도 한 개만 가져갔다. 디지털 페달의 음색을 저장할 때 그 베이스에만 맞춰 놓았기 때문이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저장해둔 패치 번호를 셋리스트의 곡명에 맞춰 적어 놓았다. 무대가 어두워졌을 때에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할까봐 안경을 쓰고 연주했다.
지난 달부터 밴드는 모니터를 위한 스피커 대신 인이어 장치를 쓰고 있다. 나는 캐비넷에서 나오는 소리와 관객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 몇 가지 좋은 점 중에서 무엇보다도 리더님의 수고를 덜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완전히 익숙해지면 좀 더 정교한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대전은 아주 더웠다. 연휴가 끝나면 갑자기 가을이 될 것처럼 밤중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