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일 월요일

악기 손질

광주 공연을 마치고 악기에 습기가 잔뜩 배어 끈적거렸다. 자동차 뒷 자리에 가방을 반쯤 열어두고 에어컨으로 악기를 말리며 운전했다. 집에 돌아온 후 하루는 잠을 많이 잤다. 이튿날 저녁에 여름 내내 함께 다녔던 베이스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 악기는 나와 함께 이십여년 동안 참 많은 곳을 다녔다. 조심하며 썼지만 군데 군데 상처가 많이 났고 한 번 교환했던 브릿지는 어김없이 다시 녹이 슬었다. 넥을 연결하는 나사 한 개는 헛돌고 있고 볼륨 한 개에선 돌릴 때마다 잡음이 나고 있다.

프렛보드에 레몬오일을 바르고 악기를 열심히 닦은 후 새 줄을 감았다. 몇 시간 뒤에 다른 악기 한 개도 책상에 올려두고 손질했다. 새 줄로 교환하고 한참 쳐보다가 아침을 맞았다.
 

2024년 8월 30일 금요일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공연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 처음 가봤다. 규모에 깜짝 놀랐다. 내가 걸어본 곳은 아주 일부 공간이었는데, 인상 깊은 건축이었다. 미루고 미루어져 내년 유월에 복원작업이 끝난다는 옛 전남도청이 완공되면 꼭 한 번 가 볼 생각이다.

공연은 한 시간 남짓으로 길지 않았다. 그런데 장거리 운전 때문에 연주를 끝내고 완전히 지쳐있었다. 오랜만에 당일 오전에 집에서 출발하여 다섯 시간 동안 운전하고, 네 시간 넘게 다시 운전하여 집에 돌아왔다. 쉬지 않고 달렸다면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지만 휴게소에 들러 쉬기를 반복하며 운전했다. 이 날에도 한 두 곡을 제외하고 모두 피크로 연주했다.


2024년 8월 29일 목요일

강남구민회관 공연

팔월의 끝에 강남구민회관에서 공연을 했다. 볕이 너무 뜨겁고 무척 더웠다. 나는 보통 평일 낮 시간에는 누군가와 그쪽 동네에서 약속을 하지는 않는다. 강을 건너면 그 때부터 도로정체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 날에도 길이 많이 막혔다.

극장은 아담하고 정겨웠다. 지어진 지 삼십여년이 되었지만 낡은 느낌은 없었다. 꾸준히 사용해온 공간이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크지 않은 장소인데 냉방이 부족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무대 위는 정말 더웠고, 내 바로 뒤에서 움직이고 있던 조명 때문에 체온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중간 중간 확인해 보았을 때 악기의 음높이가 내려가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줄을 교환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다음 날에 광주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연주를 마친 후 멤버들은 각자 서둘러 집으로 출발했다. 


 

2024년 8월 19일 월요일

볕을 즐기는 고양이

고양이 짤이는 워낙 햇볕을 좋아하긴 하지만, 낮동안 내내 베란다에서 볕을 쬐고 있어서 기온이 너무 높은 여름철엔 은근히 걱정이 될 지경이다. 아내는 베란다에 온도계를 두고 수시로 확인을 하다가 섭씨 삼십도 이상이 되면 한번씩 고양이를 에어컨 앞에 데려다 놓는다. 그러면 짤이는 잠시 시원해 한다. 하지만 조금 몸을 식히고 나면 다시 사우나를 즐기러 베란다에 가서 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