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날씨였지만 한낮 햇살은 따뜻했다. 식당에서 나왔더니 어린 고양이들이 볕을 쬐며 뒹굴고 있었다. 방해할까봐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멀리서 고양이들을 보고 있었다. 이제 곧 추워질텐데, 길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고양이들에게 코 앞에 닥친 계절은 또 얼마나 혹독할까.
2023년 11월 8일 수요일
2023년 10월 29일 일요일
광주에서 공연
14:30 광주 예술의 전당 대극장에 도착했다. 어제 안양에서 연주할 때 마이크로 신스 페달을 다시 조정할 필요를 느꼈다. 마침 리더님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오전에 문자 메세지를 보냈었다. 악기를 설치하고 페달보드 앞에 앉아서 리허설 전까지 새로 소리를 만들고 있었다.리허설을 마치고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30일 1:28, 집에 도착했다. 보통 이 시간에 아파트 주차장엔 자리가 없어서 이중주차를 하여야 했는데, 지하주차장에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이번 일정은 마지막까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기운이 없어서 악기들은 그대로 차 안에 두고 가방 두 개, 신발 주머니, 편의점에서 구입한 것들이 담긴 비닐백만 들고 집에 올라왔다.
안양 공연, 그리고 광주로
나는 졸지는 않았지만, 아마 반쯤은 자고 있었던 것 같다. 연주하는 내내 소리가 가까와졌다 멀어졌다 했는데, 내 컨디션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루 전에 일본의 어느 동네에서 연주하고 있었는데 지금 안양에 와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20:40 공연을 마치고 광주로 출발했다. 어지럽고 졸음이 밀려와서 휴게소와 졸음쉼터에 몇 번 멈춰 서야했다. 29일 1:05, 광주 중흥동에 도착했다. 심야에 문을 연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가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29일 1:30, 예약되어 있던 모텔에 도착했다. 아뿔싸, 모기에 잔뜩 물리고 나서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모기 사냥을 했다. 모기 열 마리를 때려 잡고 시계를 보니 네시였다. 인근 다른 모텔에 전화를 해보았는데, 방이 없다고 하더니, 다시 전화가 와서는 주말요금을 적용해야 하니까 7만원을 내라고 했다. 나는 사양하고 전화를 끊었다. 모텔 방 안에 뿌리는 모기약이 비치되어 있었다. 처음엔 그것이 왜 있는 것인지 몰랐다. 모기약을 잔뜩 분사하고,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잠들었다.
그래도 나는 어떤 실수 없이 이번 일정을 다 마쳤다.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아마 그래서 푹 잘 수 있었나보다.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다시 김포공항으로
5:00 코엔지역 파출소 앞 승차장에서 택시를 탔다. 어제 저녁에 미리 외워둔 일본어로 공항에 데려다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에 도착하면 곧장 안양으로 가서 오늘의 밴드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비싼 택시비는 아깝지 않았다. 체력을 아끼며 공항이 혼잡하기 전에 비행기 탑승구 앞에 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6:05 탑승구로 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호텔에 치약과 칫솔을 두고 온 것을 알았다. 아마 어제 밤 짐을 챙기고 있던 과거의 나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 호텔을 나오기 전에 양치를 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근처에 있는 상점은 일곱시에 문을 연다고 써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국수 한 그릇을 사 먹고 일곱시가 되어 칫솔과 치약을 구입했다.
13:40 안양아트센터에 도착했다. 페달보드와 악기를 설치하고 튜닝을 했다.차에 실어뒀던 것 치고는 악기 상태가 아주 좋았다. 주차장의 기온과 습도가 적당했었나 보다.
공연장 대기실에 샤워실이 있어서 냉큼 수건을 챙겨들고 들어갔다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그대로 다시 나왔다. 어째서 더운물이 나오는지 미리 확인하지도 않고 부랴부랴 옷부터 벗었던 걸까.
화장실에 가서 머리를 감고 대기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14:30 밴드 멤버들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리허설을 할 때에, 아무래도 오늘은 연주 도중에 살짝 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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