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6일 화요일

고양이와 병원에

 

열네살 고양이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정기 진료를 받았다.

이지는 이제 혈당수치가 안정적이 되어서 하루 이틀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며칠 기력이 없어보여 몇 가지 검사를 추가로 하고, 피하수액을 조금 맞추었다. 진료를 마친 뒤에 곧 집에 갈 것을 알고있는 이지는 얌전하게 케이지 안에 앉아 있었다. 이지를 돌보기 위해 아내는 올 여름 전체를 집에서 보냈다. 넉 달 동안 아팠던 쪽은 고양이이고 고생을 한 쪽은 아내였다. 기대했던 것처럼 빠르게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이지의 성격처럼 조용히 느리게 낫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된 고양이 짤이가 이지의 곁에 슬그머니 다가가 함께 있어줬다. 이지는 까만 고양이가 다가오면 우선 꿀밤을 때려주고 보지만 짤이에겐 친절하다. 종이상자 안에 두 고양이의 숨소리가 빙빙 돌고 있었다. 나는 곁에 엎드려 팔을 뻗어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줬다.


2023년 9월 23일 토요일

어울림극장

 

고양 어울림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13년 전부터 몇 년에 한번씩, 그리고 지난 해 여름과 이번 공연까지 합치면 이 곳에서 여섯번째 공연이었다.

약속 시간 삼십분 전에 도착하였는데, 다른 멤버들은 이미 모두 와있었다. 내가 일찍 출발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사람들을 오래 기다리게 할 뻔했다. 리허설은 금세 끝났다.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 좋은 공연장이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다. 좀처럼 하지 않는 일이지만 오늘은 극장 입구에 앉아서 찾아온 손님들과 인사를 했다. 공연 삼십분을 앞두고 급히 무대 뒤로 가려는데 규칙대로 일하고 있는 직원분들이 가로막아 대기실에 들어가지 못할 뻔했다. 무대 스탭 한 분이 나를 발견하고 안내해주어 간신히 연주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혼자 긴박한 일을 겪었지만 그렇게 정확하게 자기 일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 극장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3년 9월 20일 수요일

녹음

 

4년만에 가평 녹음실에 갔었다. 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찍 일어났고, 조금 이른 시간에 출발하여 여유롭게 도착했다.

두 곡을 녹음했고, 나는 내 악기의 녹음을 마친 뒤에 악기를 주섬주섬 챙겨 집으로 먼저 돌아왔다. 아침에 나올 땐 내 할 일을 끝낸 뒤에도 모처럼 스튜디오 안에서 뒹굴거리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피곤한 기분이 계속 나를 귀찮게 했다. 계획보다 너무 일찍 일어났고, 기운이 없어지고 있었다.
모든게 체력에 달려있다. 나는 운동해야 하는데, 통증이 있다는 핑계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지내고 있다. 집에 돌아와 발목과 허리에 붙인 파스를 떼어내면서 내가 너무 약골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9월 18일 월요일

많이 움직였다.


 아침 일찍 시골집에 가서 부모 두 분을 태우고 서울집에 모셔다 드렸다. 시골집에서 무거운 것들을 좀 옮기고,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러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40분 동안 선잠을 잤다.

합주연습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수요일에 녹음하는 곡들을 연습하기 위해 모이기로 했다. 이른 저녁 시간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다녀왔다. 퇴근 시간에 이 동네에서 서울 쪽으로 운전하려면 도로 위에서 음악을 아주 많이 들어야 한다.

지하철 역까지 가는 길에 삐쭉삐쭉 솟은 아파트 건물과, 삐쭉거릴 건물들을 더 짓기 위해 공사가 한창인 현장이 보였다. 이십년 전에 내가 이 동네에 왔을 땐 고요하고 한적했던 시골이었는데 이젠 주차할 자리도 모자란 작은 도시처럼 변했다.

연습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올 때엔 피로가 밀려왔다. 잠이 부족하고 이른 시간부터 긴 시간 운전을 했던 것 때문이었나보다. 등에 메고 있는 악기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땀이 많이 났는데, 골목길에서 휙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