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5일 토요일

나쁜 봄.


몇 달 만에 미용실에 갔다. 점심시간이라고 입구에 손으로 쓴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가게 바깥에 의자 두 개가 보였다. 나는 그곳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잠시 후 직원이 문을 열고 나오더니 나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어서 정확히 듣지 못했지만 음식 냄새가 나고 있으니 조금 후에 들어오라고 했던 것 같았다.

미용실 의자에 앉기 전에 마스크를 벗었다. 갑자기 다양한 냄새가 느껴졌다. 음식 냄새는 잘 모르겠고, 어떤 기억들을 순서 없이 불러 모으는 냄새가 났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생활 덕분에 후각이 둔감한 나는 외출하여 마스크를 벗을 때가 생기면 새로운 냄새를 접하는 기분이 든다.

짧게 머리를 깎았다.
경기도에서 지급해준 재난지원금을 다 썼다.

고양이 짤이가 봄볕을 느끼며 드러누워 뒹굴고 있었다.
따뜻한 봄이 되었지만 마음은 춥다.
올해의 봄은 나쁜 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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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4일 금요일

동물병원


정오에 고양이 꼼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했다.
주치의 선생님이 말하길, 꼼이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했다. 체중도 늘었고 췌장염 수치도 안전한 상태가 되었다. 아직 림프절이 여전히 보이고 있었다. 항생제를 일주일만 더 먹이고 한 달 뒤에 다시 검사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꼼이는 식욕이 생겼는지 사료 그릇을 핥았다. 다른 고양이들이 먹다가 남겨둔 간식을 핥아보는 것은 꼼이의 버릇일 뿐, 무언가 배부르게 먹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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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5일 수요일

선거일


늦게 잠들었던 바람에 아홉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청소를 하고 커피를 내렸다.
열두 시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해야 했다. 아내는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사전투표를 했기 때문에 아내가 투표를 하러 갈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수업을 마친 후 오후에 함께 투표장에 다녀오자고 했다.

첫번째 수업을 마친 후 방문을 열고 나와보니 아내는 그 사이에 투표를 하고 집에 돌아와 있었다.

온라인 수업을 마친 후 늦은 첫 끼 밥을 먹었다. 이후 개표방송을 한쪽에 틀어두고 수업자료를 정리했다.
저녁에 동물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고양이 꼼이의 검진을 위해 병원 예약을 했다.
아프지 않은 고양이 두 마리는 아내가 심어둔 캣닢을 앞에 두고 한참을 뜯어 먹으며 놀고 있었다.

오늘은 세월호 사건 여섯 해가 되는 날이었다.
선거결과를 다 보느라 새벽까지 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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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2일 일요일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아침 일곱시에 깨었다.
오전에 커피를 세 번 내렸다.
열 시 쯤 아내는 고양이 꼼에게 사료를 챙겨 먹였다. 스스로 먹지 않고 있어서 사료를 물에 개어 조금씩 입에 넣어줘야 한다. 먹지 않으려는 고양이에게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일은 쉽지 않다.

오후에는 고양이 깜이가 자다가 일어나 야옹거리며 간식을 달라고 보챘다.
아픈 고양이 꼼이는 좀처럼 이동하지 않았다.

밖에는 센 바람이 소리를 내며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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