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밤은 길어도 아쉽다.


겨울밤은 길어져도 아쉽다.
요즘은 며칠 동안 밤마다 음반들을 앨범째로 되듣고 있다.
이틀 전에는 아침까지 캐논볼 애덜리, 베니 골슨, 브레커 형제들, 밥 민처의 음반들을 들었다. But Not For Me가 끝났을 때 창문 밖이 밝았다.
오늘은 윈튼 켈리의 음반 서너장을 아이튠스에 담아 헤드폰을 쓰고 순서대로 듣고 있다.
음악을 들을 시간도 없이 한 해를 보냈는데, 그렇다고 분주히 움직여 무엇을 했다고 말할 것은 하나도 없다.
좋은 연주, 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니 무슨 안전한 장소에 겨우 숨어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번 해엔 부쩍 자주 어딘가 좀 다녀오고 싶어졌었다.
아침에는 안개도 내리고 풀잎에 찬이슬이나 서리가 앉아있거나 해도 좋고, 방문을 열면 흔들리거나 말거나 나뭇가지가 능청스럽게 내려다보는 곳에서 며칠, 아니면 몇 주 지내다 오고 싶었다.
그리고 그곳은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평에 계시는 영주 형님도 뵙고 싶고, 대구에 있는 해룡형도 만나고 싶었다.
동해에 사는 영현이도 찾아가보고 싶었고 바다 건너 조지아주인가에 살고 있다고 하는 은엽이도 생각났다.
멀리 있는 분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가까이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잔에 남은 차를 식혀본 일도 없었다.
언제나 바쁘게 급하게 서두르며, 만나면 시계나 들여다 보며 지내버렸다.
언제나 시간이 없었던 이유는 알고보면 내가 바빠서도 아니고 특별히 더 게을러졌기 때문도 아니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열흘 남은 올해의 끝이 되고 났더니, 모래를 한 웅큼 쥐었다가 손을 편 것 처럼, 무엇 하나 남은 것도 없고 만져지는 것도 없다. 뭘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기억해야 할 것을 까먹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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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새 버젼 녹음.

이 날의 녹음은 아주 쾌적했었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었고, 정말 그날 오후의 커피 맛이 기억날 정도로 상쾌했다. 두 세 번 합주로 끝나버린 녹음이어서 심지어 녹음을 마치고 시간이 남았다. 나는 멤버들과 헤어져 밀려있는 다른 일을 하러 가기도 했다.

촬영에 비협조적인 멤버들을 카메라맨들이 잘 찍어주시고 편집도 잘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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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제대로 숨을 쉬기.

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바쁘게 지내왔는데 이제 하나 둘 일정이 끝나간다. 올 연말은 좀 한가할 것이다.
시간이 나면 그동안 미루고 못했던 일들을 할거다.
몇 주 고생하던 감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침에는 안개가 가득하고 겨울 냄새가 풍겨왔다.

그런데 아무리 공기를 들여마셔도 가슴 속이 시원해지지는 않았다.
언젠가 부터 나도 모르게 잘 못 숨쉬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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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6일 화요일

12월은 냅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하지만, 12월은 정말 냅다 뛰어 도망가고 있구나. 벌써 닷 새가 지나고 있다.
어제 밤에는 아직 내 멱살을 잡고 어긋장을 부리고 있는 감기를 버텨보려 일부러 든든히 먹고 오래 잤다. 훨씬 개운하다.

대충 세 컵 정도 나올 분량의 콩을 담아 빙글 빙글 돌려 갈았다. 이제 아침이 밝을 때 까지 마실 커피를 내려 놓았다.

연말이어서 이곳 저곳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그중 일부는 연주를 부탁받는 전화인데 일정을 더 이상 조정할 수 없어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두어 개의 일은 돈을 받지 않는, 친목상의 부탁이었다. 오래 전 부터 알고 지내던, 내가 어려웠던 시절 도움을 주셨던 분의 비영리성 행사인데다가 심야의 시간이어서 부담없이 참석을 약속했다. 올해에도 이렇게 똑같이 지나가버리고 말게 되었지만, 내년의 연말에는 마음 따뜻해지는 날을 마련해 가까운 친구들과의 모임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 연주도 하고 떠들고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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