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야외공연, 홈빡 젖어버리는 것이 연주를 방해했던 것은 아니었다. 소리와 음악에 존경심이 없는 사람들이 기계를 다루는 바람에 사운드가 나쁘기는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
집에 돌아와 냉방기계를 틀어놓고 악기들을 말렸다. 내일도 야외공연이고 비가 내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몇 년 전 쉬지 않고 비가 내리던 밤에 급조된 비닐 지붕 아래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연주하는 내내 비닐과 처마, 사람들의 우산, 나뭇잎에 소란스럽게 떨어지던 빗물의 소리가 함께 섞였었다. 아무리 잘 녹음을 해도 재현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리의 경험이었다.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빗소리가 빈 곳을 가득 메워주던 그날 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예정보다 몇 분 앞당겨 공연을 마치고 다시 비에 흠씬 두들겨 맞으며 악기를 챙겨 공연장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 그랬더니 거짓말 처럼 비가 멈췄다.
아직도 가방은 덜 짜서 널어둔 빨래처럼 축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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