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6일 수요일

고드름


햇빛에 반짝거이는 눈 위로 발이 푹푹 빠졌다. 어제와 오늘 이른 시간에 눈빛으로 환해진 세상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고드름을 봤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왔다. 투명하고 냉정해보이는 고드름 구경을 했다.

어제 늦은 밤에 미끄러지며 운전을 하고 있는데, 위험한 빙판길을 어느 소녀가 스쿠터에 올라앉은채 비틀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잔뜩 빨개진 얼굴로 두 발을 바닥에 디딘채로,  스쿠터의 바퀴는 자꾸 헛돌고 있었다.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잠시 차를 멈춘채 길을 비켜줬다. 지나가는 그의 뒤에 빨간 상자가 보였다. 무슨 무슨 치킨이라고 적혀있었다. 닭집 사장님 입장에서야 뭐 다른 마음이겠지만, 배달 시켜야만 했나. 그런 위험한 얼음길이었는데? 이런 날씨에 배달을 시키는 사람들도 조금 생각을 다르게 해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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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일 토요일

새해맞이 모임


드물게도 심야에 내 집에 사람들이 모였다. 새벽이 되도록 수다 떨며 놀았다. 아이폰 모임이라도 벌인듯, 저마다 한 개 씩 손에 쥐고있는 것을 모아놓고 사진을 찍었다.
이른 아침이 되어 배웅을 나갔더니 자동차들 위엔 흰 눈이 폭 덮여있었고 세상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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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21세기가 되었다.


이천 십년이 되었으니 이제 비로소 21세기의 초입이라고 해줘도 될 것 같다. 21세기가 반갑다.
죽음이라는 것이 나중에 언젠가 다가오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와 모든 것이 멈춰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내년에도 내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행복해지며 살기에도 바쁘다. 시간이 없다.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고 연주하며 즐거워하고 할 수 있을 때 먹고 피우고 마시고 수다를 떠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나쁜 사람들과 밀치고 당기며 보내는 시간도 아깝다. 그럴 틈이 어디에 있나. 사랑하고 웃으며 지내기에도 모자라다. 웃지 못하게 하고 행복해지기 어렵게 하는 사람들과는 으르렁거릴 수 밖에 없겠지만 새해에는 좀 더 신나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혼자 해보는 상상이지만 어쩌다가 한번쯤은 공연의 마지막 곡 엔딩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기분이 좋아서 이 음악이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던가, 아직 여력이 있으니 조금 더 연주하고 싶다던가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마쳐야하는 순간은 다가오기 마련이고 종결이란 반드시 후련해야 한다.
21세기를 즐겁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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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끝났다.


리허설하고 있는 동안 아내가 찍었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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