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8일 월요일

문 열고 들어가 눕기.



방 귀퉁이에 나이 많은 장이 한 개 있는데, 아무리 문고리를 걸어 두어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열리곤 한다. 분명히 닫아 놓았는데 문이 열려있는 것이 보이면 어김없이 용의자와 공범, 혹은 배후조종자들이 그 안에 들어가 잠들어있다. 곱게 개어놓았던 장 속의 내 옷은 고양이의 털로 범벅이 되어버린지 오래가 되었다.



따뜻하고 편안하게 잠들어버린 고양이들... 사이좋게 누워서 쿨쿨 소리내며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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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7일 일요일

리허설.


5일 저녁의 리허설. 녹화가 있었던 하루 앞의 날에는 재즈베이스를 사용했다. 사흘 중 녹화가 없었던 첫날과 마지막 날에는 Moollon의 5현을 썼다. '열 두 살은 열 두 살을 살고...'를 위해 플렛이 없는 프레시젼을 사용했다. 앰프에 마이크를 설치해줘서 고마왔다. D.I.를 따로 연결해둔 것으로 보아 편집과정에서 소리를 섞을 것이다. 수 년 동안 수많은 공연을 경험한 스페이스 공감 팀에게는 이제 매뉴얼을 몇 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과 요령이 쌓여있는 것은 아닐지.
이틀 동안에는 Big Muff 퍼즈를 사용했다. 공연 1분 전에 갑자기 짧은 베이스 솔로를 해보라는 주문이 있었다. 퍼즈를 사용해서 연주... 그 장면이 방송분에 담겨있게 될지 모르겠다.

심야에 이어진 클럽의 파티에서 어느 밴드의 한 친구가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 베이스를 사용했다. 그것이 그들 사이에서는 관용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무례한 행동이었다. 거기에다 피크를 쥐고 마구 연주를 해버리는 바람에 나무 재질로 되어 있는 5현 베이스의 픽업 커버에 흠집이 나버렸다. 나는 그 베이스의 피크가드를 떼어낸 채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아무리 큰 동작으로 연주를 해도 바디에 손끝이 닿지 않게하는 요령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피크가드가 있어야할 부분의 바디에도 흠집이 나버렸다. 내 악기를 간수하지 못하고 아무데에나 세워뒀던 나의 잘못이었군, 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지만, 이제부터 그 흠집들이 눈에 보일 때 마다 신경이 쓰일 것이다.

타인의 악기를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사운드와 연주에 민감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내 속이 좁은 탓이겠지만 흠집을 볼 때 마다 그날의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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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6일 토요일

공감 공연.


재미있게 연주했으니 그것으로 좋다, 라고 할 수는 있지만, 이튿날의 것은 너무 재밌게 하려고 했던 느낌이 들었다. 몰입되었던 느낌을 놓치거나 멤버들간의 교감이 흐트러지거나, 몇 개의 음의 실수도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하필이면 그 날의 연주가 방송에 쓰이기위해 녹화되어버렸다.

그 다음날의 비공개 공연은 훨씬 차분했어서 연주의 질만으로 보자면 사흘 중 제일 좋았다. 이미 흘러간 물이었다. 흥이 넘치던 하루 전의 그림 위에 오버더빙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
솔직한 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즐거웠고, 연주상의 결함이 보인다고 해도 날것 그대로 기록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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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공감.


곡마다 악기를 바꾸기 귀찮아서 그냥 모두 플렛리스로 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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