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일 금요일

자라섬 리허설...


라디오 방송을 위한 공연의 리허설이었다.
마음은 공연 후에 자라섬에 머무르며 재즈공연들을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의 연주를 듣고 구경하다보면 남으로부터 배워지는 것이 자주 생긴다.
연주하러 다니다보니 다른 분들의 연주를 거의 보지 못하며 지내게 되어버렸다.
그러면 점점 바보가 되어버린다. 가능하면 다시 구경하러 다니는 일에도 부지런을 떨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논리적인 사고를 포기한 종교인, 전문직에 종사하는 바람에 전문성을 잃어버린 전문가, 수 만권의 책을 헛읽고 만 작가라든가 학자들. 무엇보다도 살아지는대로 생각하자고 작심한 사람들.
그리고 매립되어버린 연주자들이 가지는 딜레마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이들은 스포트라이트라든가 음악이론, 혼자만의 우상, 추종하기에 급급한 소리 등등에 쉽게 파묻힌 후 두 번 다시 의심하거나 허우적대지 않는다. 그래서 늘 불만족해하고 자신을 탓하는 것도 못배워뒀다.
연습과 공부만으로 되어지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하여, 스스로 알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쪽도 그런 종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깨닫지 못할 것일텐데.

솔직하게 연주해주는 덕분에 듣는 이들도 함께 즐거워했던 음악도 구경했고, 즐거운체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탓에 전혀 즐겁지 않았던 음악도 구경할 수 있었던 대기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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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여있었다.


며칠 전 줄을 갈아 끼울 때에 오랜만에 밝은 곳에서 악기를 손질했다.
그런데 나무가 무른 것인지, 너무 힘주어 연주해왔던 것인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자주 줄을 교환해왔는데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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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7일 토요일

리차드 보나 내한 소식.


마커스 밀러, 빅터 우튼, 스탠리 클락의 공연 소식을 듣고도 심드렁했었다.
어차피 다음 주의 존 스코필드와 빅터 베일리 공연은 같은 날 내 공연이 있어서...라는 핑계로 관심도 두지 않았다. 구경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뭐, 못봐도 그만이라는 기분. 주다스 프리스트 어른들이 오셨을 때에도 마음을 접어야 했었다.
학생중 한 명이 '우리더러는 공연장을 자주 찾아다니며 많이 보라고 하더니 그런 태도는 뭔가요'라는 어조로 힐난을 하길래 무심코, "리차드 보나라도 오신다면 모를까, 어우 가뜩이나 피곤해서..."라고 대답했었다.

그런데 오신단다.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갈 뻔 했다. 전화제보를 해준 성진에게 고맙다.
연락을 받자마자 정신없이 전화를 하고 예매를 했다. 약간 치사했지만 나도 모르게 내 것 부터 예매를 서둘러 해놓고 나서야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다음 달은 항상 가방을 싸두고 돌아다니는 날들의 연속이 될 것이다. 공연은 대략 여섯 개, 그리고 레슨들 때문에 쉬는 날은 이틀도 채 안될 것 같다. 보나의 공연은 정신없이 일을 한 보상이라도 되는 것 같아 미리 반갑다. 게다가 아슬아슬하게 하루 차이로 내 공연 일정과 겹치지 않아줘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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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bonatology.com의 공연 일정표에는 9월 이후 11월 부터의 영국공연 스케줄만 나와있어서 나는 내한공연에 대한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나마 그 홈페이지의 포럼에 누군가가 올려줬던 누락된 공연일정표가 있어서 찾아봤더니 내한공연 직전까지 무려 일주일 동안 일본 공연이 약속되어있었다. "음, 바쁘고 예정에는 없었던 것이지만, 뭐 나고야 공연을 마치고 다음날 정도에 잠깐 들르도록 해보죠." 이런 식으로 된 일이었나보다.

위의 사진은 보나의 뉴욕 집에 쌓여있는 베이스들. DVD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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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5일 목요일

일하는 사람들.


몇 달 전의 공연에서 음향을 맡았던 업체의 홈페이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런 곳에서 내 페달보드의 사진을 보게 될 줄 몰랐다.

좋은 기계와 장비가 있으면 더 좋은 것이겠지만, 그것보다는 언제나 사람이 더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이 일을 하고있는지가 어떤 기계를 사용했느냐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이 사진의 공연에서는 소리가 좋았어서 무대위에서 아무 것도 신경쓸 일이 없었다. 음향업체의 홈페이지를 구경해보니 과연 이 업체가 맡았던 소리가 좋을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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