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아내가 화분을 위해 받아놓았던 물을 고양이들이 마시고 있었다. 이 집의 고양이들은 각자의 물그릇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결국 깨끗한 물이 담겨져 있는 모든 것을 자신들의 공용 물그릇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어서 늘 조심스럽다. 식은 커피라든가 쥬스 등을 컵에 남겨둔 채 잠시 자리를 비우면 사람이 없을 때에 그것을 마셔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벌레를 잡기 위한 약이라도 뿌렸다거나 더러운 물이 담겨있는 그릇이 있다면 안되니까 우리는 그것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햇빛이 잔뜩 내려 따스한 초가을 낮에, 플라스틱 대야에 코가 닿도록 물을 퍼마시고 있는 사진을 보니 평화롭게 보였다. 그런데 그토록 깔끔을 떠는 고양이들 주제에 아무데나 물만 보면 맛을 보는 취향을 어떻게 설명할지.
작년에 도배를 새로 하고 꾸밀 때에,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집안의 배색이 샴고양이의 색상과 흡사하게 해버리게 되고 말았다. 꾸며놓고보니 어딘가 친근해,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고양이 순이가 어슬렁거리며 방문과 벽을 지나 걸어가는 것을 보다가 집안의 색상과 하도 잘 어울려 우스웠었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길게 엎드린채 컴퓨터에 사진들을 담아두고 있었는데, 자꾸만 눈 귀퉁이로 벽과 방문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머리 위에서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앉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제 모습을 가진 작은 인형은 꽁무니만 보이고... 그 곁에 앉아있는 모양이 재미있어서 얼른 찍었던 사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