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1일 목요일

여름이 벌써 지난다.


어미 개 옆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졸졸거리며 뛰어다니던 한 여름낮의 강아지 사진을 꺼내놓았는데 벌써 선선한 바람이 분다.
소파에서 잠들었다가 콜록 콜록... 기침을 하는 바람에 잠을 깼다.
활짝 열려진 창문, 습하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망설이다가 일어나서 창문을 닫고 더운 물을 끓여 마시려 하고 있었다.
여름 다 갔다.
뙤약볕에서 혀를 빼물고 뛰어놀던 강아지는 사춘기를 겪을 것이다.
지난 밤 연습했던 그 건물의 지하는 유난히 습도가 높았다. 에어콘을 켜두고 있었는데도 후덥지근했다. 연습을 마치고 밤 열 두 시, 주차해둔 곳을 향해 걸어 나올 때에 선뜻했었다. 서늘한 바람이었다. 주말의 작은 공연은 가을 분위기가 날지도 모르겠다.
계절은 빠르다. 4光分 거리의 태양이 남은 여름용 열을 쏘아주겠지만 며칠 남지 않았다. 곧 추석이 올테지. 세월 빠르다.

그런데 추악한 정권에서의 올 가을은 또 얼마나 추할까. 요즘 세상... 추醜하다.


.

2008년 8월 17일 일요일

카메라 고장

카메라가 고장나버렸다.
이미 몇 주 전 부터 자주 켜지지 않는 증상을 앓더니 완전히 켜지지 않게 되어버렸다.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들고, 건전지가 필요없었던 옛적 똑딱이 카메라를 그리워했다.
전지의 힘이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것, 집적회로 기판과 단순한 광학기계. 언제까지나 외부 동력 없이 제 기능을 다 해주는 것은 옛날 기계들이었던가.
늘 시험지 공책과 연필을 두고 지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는데 이제는 눈만 뜨면 잠자고 있는 컴퓨터를 깨워야한다. 주말에는 컴퓨터를 들고 일하러 갔어야했는데 그만 깜박 잊고 파워어댑터를 챙기지 않았었다. 일 년이 넘도록 혹사시켜오고 있는 맥북은 충전지의 힘으로 무려 세 시간이 넘도록 업무를 도와줬다. 어휴, 다행이군, 이라고 했지만 도중에 멈춰버릴까봐 얼마나 신경이 쓰였는지.

고장나버린 카메라야 뭐 수리를 하던가 하면 될일이고... 컴퓨터의 충전지도 여벌로 한 개 더 사두면 그만이다. 그런데 전기가 없어도 되었던 물건들을 자주 그리워한다.

2008년 8월 11일 월요일

커피집에서


비내리던 날 커피집에 모여 앉아있었다.

사실은 리허설을 마치고 커피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묘한 꿈.


녹음한 것을 들어본 후 곧 잠들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만 귀에 이어폰을 꽂은채로 선잠이 들었다가 꿈을 꾸고 깨어버렸다. (물론 그 후로 못자고 아침을 맞았다.)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전부 믿지 못하겠다.
어떤 것은 아득한 옛일처럼 기억하지만 불과 몇 년 전의 일인 것이 있고 어떤 것은 문득 떠오르면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사실은 선잠을 자다가 꿈을 꾼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낯선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는 도중에 기시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는 내가 정말 느꼈던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머리 속에서 멋대로 만들어낸 기억인지 잘 모르겠다.

깨어나서 뭉기적거리며 일어나기 직전에, 꿈에서 베이스를 질질 끌고 걸어다녔다. 가방도 케이스도 없이 악기를 땅에 끌며 걷고 있었는데, 왜 그랬던 것인지는 당연히 모른다. 어쨌든 꿈속에서 다리가 아프도록 그렇게 돌아다녔다....는 느낌이 들었다. 끌고 걸어가면서 실실 웃었던 것도 같다. 혹시 나는 장차 미치거나 그러는걸까.

오늘은 유난히 일하러 가기 싫은 기분이 들었다.
꾀병이라도 부릴까 고민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