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일 일요일

해변에서 만났던 고양이.


여행에서 돌아오자 바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밤중에 깨어있는 습관이 바뀌어지지 않아서 낮 시간에는 늘 졸리운 얼굴로 외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열대의 섬에서 고양이를 만났었다.
나와 아내가 앉아있는 자리로 성큼 성큼 와서는 테이블에 올라와 말을 걸고 얼굴을 부볐다. 그러더니 의자 곁에 누워 그대로 푹 잠이 들어버렸다.
우리가 그곳을 떠날 때에야 부시시 일어나서는 인사라도 하듯이 냐~ 소리를 내고 다시 어슬렁거리며 다른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동네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몹시 경계하고 언제나 여유가 없어보인다. 걱정이 없어보였던 해변의 고양이를 기억하면서 동네의 고양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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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9일 수요일

고양이들이 소란스럽게 했다.


순이는 두 살이 되도록 혼자 지냈다.
나와 둘이서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고양이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친구들이 둘이나 생겨버렸다.
요즘 순이는 심심할 겨를이 없다.

심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텃세를 부리고 싶었던 것인지 틈만 나면 다른 고양이들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 때리고 도망을 치기도 하고, 가끔은 얻어 맞았다. 쫓고 도망을 가는 놀이가 시작되면 정신없이 빠르게 뛰어다니고 있다.

깊은 밤에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갑자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쿠로가 달려가고 뒤이어 순이가 쫓아 뛰어지나갔다. 흐트러진 물건들을 추스리고 있으면 이번엔 순이가 달음질을 치고 쿠로가 여유를 부리며 뒤따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밤을 보내어 놓고 오전에는 둘이서 나란히 잠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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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8일 화요일

아침.

어디론가 떠나면 하루 세 끼를 잘도 챙겨 먹는다.
아침식사를 위해 도시로 걸어나와 어느 식당 앞 길 위에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거리가 조용했고 커피도 맛있었다.
평화로운 아침식사를 하게 되어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알람이라도 울려서 사람들이 미리 약속된 시간에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 처럼, 일제히 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내가 밥을 먹고 있는 자리의 곁을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이 끝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비현실적으로 단정했고 걸음걸이도 반듯한 수백명의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어떤 이는 나를 쳐다보며 지나갔고 어떤 사람은 테이블 위의 음식을, 또 어떤 사람은 곁을 지나간 후 고개를 돌려 힐끗 보며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만 체할뻔 했다.

싱가폴 시내의 평일 출근 시간은 정말 밋밋하다. 깨끗하고 소란스럽지 않고 지나치게 단정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 마디 묻고 싶었다. 이곳에서는 혹시 걸으며 말을 해도 벌금을 물리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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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광합성을 하던 여자.


나는 뜨거운 햇빛을 피하여 오후 내내 그늘에 숨어있었다.
아내는 볕에 목말랐었다는 듯 한나절을 햇빛 아래에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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