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8일 목요일

플렛리스 베이스.




몇 년 전 사용하던 플렛리스 베이스를 처분한 뒤에, 소리 좋은 플렛리스를 가지고 싶어 안달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충동적으로, 62년 프레시젼 베이스의 플렛을 제거하기로 맘 먹었다.
그리고 그 길로 평소 잘 알던 공방에 가져다가 덜컥 맡겨버렸다.
작업을 맡아주신 분의 정성 덕분에 마음에 쏙 드는 플렛리스 베이스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원했던대로 플렛이 있었던 자리는 거의 보이지 않도록 되었고, 질좋은 에폭시를 여섯 번 거듭 발라서 완성되었다. 표면의 기포는 전혀 없고, 바라던 것보다 더 멋있는 상태로 돌아왔다.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플렛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에폭시 도료가 올려졌지만 네크의 느낌은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나는 밤 새 악기를 만지며 좋아하고 있었다.


2007년 1월 17일 수요일

나는 배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서 배웠던 적이 없는 주제에 지금 악기 레슨을 하고 있다.
방학이 되면서 인원이 늘었다. 오후 부터 밤 까지 쉴 새 없이 레슨을 하고 나면 기운이 빠질 때가 있다.
말을 많이 해서 힘들다. 그러나 눈을 반짝거리며 열심히 배우고 있는 학생들을 마주 보면 나는 약장수 처럼 잘도 떠들어댄다.
좋은 기운도 얻어 온다.
나는 오히려 그들로 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2007년 1월 16일 화요일

맛있게 빵을 먹었다.


춥지 않은 겨울 날씨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래도 겨울인데, 나는 날씨를 얕잡아 보았다.
얇은 옷을 입고 외출을 했다가 몸이 추워져서 떨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 한 갑을 사려 했는데 데워지고 있는 빵 냄새에 이끌려 두유 한 병과 빵 한 개를 사 먹었다.

맛있게 빵을 먹었다.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더니 입김이 훅 하고 공중에 퍼졌다.



2007년 1월 7일 일요일

고양이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집에서 나올때엔 환기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창문을 열어뒀었다.
그런데 밖에서 오래 머물게 될 줄을 미처 몰랐다.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 눈가루를 함께 날리던 차가운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난방장치도 꺼두고 나온 집안에 혼자 있을 고양이를 많이 걱정했다.
아침 해가 밝아서야 집에 돌아가면서 몹시 과속을 했다. 내 고양이가 추워서 웅크린채 밥을 굷고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를 불렀더니 가늘게 야옹하는 소리만 들렸다.
보통은 내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달려와 발 앞에서 한 바퀴 몸을 굴리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순간 또 걱정을 했다.

알고보니 고양이 순이는 내가 켜두고 나갔던 전기담요 위에서 등과 배를 잔뜩 지지며 잠만 잤던 모양이었다. 어루만지고 안아주려는데 털이 따끈따끈했다.
가습기 가까운 곳에 누운채 몸을 일으켜 인사를 하는체 하더니 이내 다시 옆으로 누워 힐끗거리면서도 자던 잠을 더 자려고만 했다. 잠에 취한 것 처럼 보였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겨우 마음을 놓았다.
나는 고양이에게 미안하다고, 여러 번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