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2일 화요일

좋은 연주자

지난번 마이크 스턴의 DVD를 보다가, 포데라 베이스의 픽업을 고안한 사람 중 한 명인 Lincoln Goines의 연주를 처음 구경하면서 의문을 가졌었다. 분명히 흠잡을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연주인데, 밋밋하고, 느낌이 부족했다. 그가 사용하는 모델의 포데라 역시 좋은 소리를 내주는 베이스였는데, 내 취향으로는 전혀 알맹이가 없는 납작하기만한 소리였다.

지난 주에 칙 코리아의 가장 최근 일렉트릭 밴드 공연을 봤다. 멋지게 나이 먹은 프랭크 갬벨도 좋았고, 각자의 이름들 만으로도 청중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구성원들의 연주들은 정말 최고라고 느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베이스 연주자는 포데라 베이스의 일렉트로닉을 고안했다고 하는 마이크 포프 Mike Pope였다.
링컨 고인즈의 연주를 들으면서 느꼈던 것과 흡사한 기분... 아니, 그렇게 능숙하게 연주하고 있는데 이렇게도 감흥이 없을 수 있다니. 정말 나무랄데 없이 현란하고 멋진 연주인데, 아무 감동이 없다. 왜 그런 것일까. 그의 포데라도 역시 정말 듣기 좋은 음색이었지만 뭔가가 빠져있었다. 드레싱은 충분히 담겨있지만 정작 신선한 채소를 씹는 맛은 사라져버린 샐러드와 비슷했다.

Mike Pope, Chick Corea Elektric Band
그 전에 마이크 스턴과 데이브 웩클, 제프 앤드루 Jeff Andrew 트리오의 연주를 역시 비디오 파일로 본 적이 있었다.
링컨 고인즈, 마이크 포프와 굳이 비교하자면 약간은 투박하고 덜 세련된, (그렇다고는 하지만 아주 높은 수준의 연주이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깜짝 놀라했다. 그의 연주에는 음 하나 하나에 모두 의미가 실린 듯 느껴졌다. 재즈의 언어를 충실하게 지켜가면서도, 변박과 변주의 연결에는 모두 당위성이 있었다. 혹시 그날의 공연이 그의 가장 좋은 연주였을 수도 있겠지만, Steps Ahead 시리즈 중에서 그가 참여했던 세션 역시 그 비디오에서의 연주처럼 정말 훌륭했었다.
그의 악기는 60년대 것으로 보이는 프리시젼 베이스에 싱글 픽업을 두 개 억지로 부착하고 나무를 뚫어(틀림없이 그랬어야 했을 것 같다) 프리앰프를 내장해둔 프랑켄쉬타인 베이스였다. (네크는 다른 연대의 것 같았다.) 그 베이스의 소리야말로 '제대로'였다는 것. (포데라보다 옛 시절에 제조된 펜더가 더 좋다, 라는 따위의 단순비교가 아니다.)

어제 친구가 추천해준 아마추어 작가들의 단편을 읽다가 기분이 상했다. 혹시 내가 미처 놓치고 읽어내지 못한 것이 있지는 않을까 해서 다시 한 번 읽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심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소설의 수준이 안되는 문장들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느낌이 최근의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읽고 화가 났던 기분과 서로 닿아 있었다.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소위 '등단'을 하지 않았을 뿐 잘 읽히게 썼고, 특별히 어느 부분을 지적해서 이것은 엉터리, 라고 할만한 구석도 없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것이 스토리의 나열일 뿐이라면 뭐하러 소설을 쓰느냐고. 영화 시놉시스를 쓰지.

이런 것들은 단지 취향의 차이이거나 감상자 입장에서의 나라고 하는 사람의 편견과 독단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만일 그렇지 않고 내 시각이 비교적 객관적이고 거의 옳다고 한다면, 능숙하지만 뭔가 모자란 느낌을 주는 그들의 것에는 어딘가 본질적인 것이 결여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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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나이를 든 프랭크 갬벨은 내 친구 김규하를 닮았다.
김규하도 저렇게 늙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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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9일 토요일

고양이의 밥.


몇 년 전 수입된 개 사료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어서, 그 사료를 사다 먹인 전국의 많은 개들이 한꺼번에 죽어버렸던 사건이 있었다. 나도 그 기사를 읽었지만 저런 쯧쯧... 하고는 잊고 있었는데, 두 해 전이던가 자신이 직접 그 일을 겪는 바람에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 인사했었던 몇 마리의 강아지들을 쓰레기 봉투처럼 주렁주렁 들고서, 뒷산에 파묻어야만했다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몇 달에 한번씩 인터넷으로 고양이 밥과 화장실용 모래를 주문하고는 하는데, 가끔은 갑자기 건조사료 한 봉지만 구입해야하는 일도 생긴다. 정해두고 다니는 가게가 없어서 그런 때 마다 동네 부근의 사료가게에 들르게 되는데, 이 동네의 동물병원과 애완동물가게들은 정말 가관이다. 쓸모 없는 것들이 필요한 상품보다 많기도 하고, 인터넷 쇼핑몰의 두 배 가격인 제품들도 있다. 어떤 곳은 아주 지저분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갑자기 토할 것 같은 냄새가 나는 가게도 있다.
너무 심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게다가 고양이라는 것을 집에서 키우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양이 사료가 따로 안나오니까, 개 사료를 사다 먹이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아줌마도 있었다.
동네에 새로 개업한 동물병원이 보이길래, 그곳에 들러 고양이의 사료를 검색(?)해 봤다. 그곳에는 고양이 사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무슨 수색을 하고있는 것 같았다. 한 개의 영양제와 두 서너 가지의 건조사료를 발견했는데, 그중 영양제 한 개는 유통기한이 2002년까지라고 되어있었다. 조금 어이가 없어서 주인을 쳐다봤더니 '그게 조금 오래된 거니까 할인가격에 드릴게요. 먹여도 이상은 없어요'라고 했다. 그가 제안한 가격은 무지 싼 값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들고 바라보다가 다음날 아침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고양이를 묻으러 가는 장면을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 말도 안하고 그저 불쾌한 얼굴로 상점 문을 열고 나와버렸다. 주인아저씨가 무섭게 생겼기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 집에는 내 고양이가 결코 입에 대지 않는 생선 통조림이 있다. 그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내가 보기엔 생선과 새우가 가득 들어있어서 제법 먹음직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이 녀석은 그것을 먹느니 차라리 쥐를 잡으러 다니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관심도 두지 않는다.
버리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어제 밤중에 아파트 부근 길고양이들이 가끔씩 모여 회의를 하는 공터(라고 해봤자 아주 좁다)에 두어개 뚜껑을 열어 놓아두고 외출했었다. 아침에 집에 오다가 생각이 나서 깡통들을 주워다 버리러 다시 그곳에 가봤더니 놀랍게도 깨끗하게 비워져있었다. 누군가가 설거지를 해서 반듯하게 다시 놓아둔 것 처럼.
부디 그 깡마르고 까만 어린 길고양이들이 먹어치운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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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


동생의 블로그에서 이 사진을 발견하고 좋아했다. 지난번 남이섬에서 공연할때에, 여동생 식구들이 그곳에 놀러왔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지만 거의 만나지 못하는 (당연하다.) 삼촌이 연주하는 것을 처음 직접 보게된 셈이었다.
어느날 저 꼬마 남매중 오빠라는 녀석이 제 엄마에게 물었다지. '삼촌은 왜 밤에 돌아다닌대?'
그래서 그날 오후는 내가 조카녀석에게 삼촌이라는 작자는 좀비가 아니고, 낮에도 움직이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였다.
시끄럽지도 않은지 무대 앞에서 구경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틈엔가부터 넓은 흙마당을 차지하고 앉아 장난에 열중하고 있었다. 연주하는 도중에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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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여름.


새벽, 태풍 덕분에 바람이 불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어제는 아예 오후에 잠들어서 밤 열시에 일어났다. 지금도 J형의 녹음실... 도로가 막힐테니 버스가 다니기 전에는 집에 돌아가야하는데.
Bonnaroo 2006에서 공연한 플렉톤스의 동영상을 봤다. 빅터 우튼의 쇼가 인터넷에 넘치게 돌아다니다보니, 식상할 지경이다. 이 벨라 플렉과의 공연이 빅터 우튼 밴드의 것과 흡사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가장 최근의 그의 모습이므로 다음달에 예정되어있는 자라섬에서의 공연도 이것과 크게 다를것도, 그다지 특별해질 것도 없을 것 같다. 어쩐지 점점 보러가고 싶은 마음도 덜 생기고... 아마도 우리나라의 관객들 역시 기대하는 것이 그런 것일테니 분명 서커스같은 공연이 될 것 같아서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
리차드 보나 밴드의 유럽투어나 (가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만 들고 있다.
소리들에 질려서 머리속이 몽롱해져버렸다. 아까 김동우를 만났는데, '너 일주일 동안 어디 다녀왔냐'라고 물었다. 낮에 자고 밤에 깨어있다보니 친구들에게는 '어디론가 떠나있는 존재'가 되어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밤과 낮을 바꾸어 지내다보면, 자고 일어날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전화했던 기록이나 확인하게 되고, 새벽시간이 되어 정작 심심하군... 싶을때엔 전화할 사람도 불러낼 수 있는 사람도 없게 되어있다. 이런 식으로 여름을 보냈으니, 선선해지면 일부러라도 낮생활로 돌아가줘야만 하지 않을까. 같은 땅에서 다른 시간대로 지내다보니 점점 더 혼자가 되는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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