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23일 목요일
순이에게 인사했다.
일주일 동안 집을 떠나있어야 한다.
고민 끝에 결국 고양이 순이를 맡길 곳을 찾았다.
순이는 눈치를 채고 집에서 데리고 나가기 위해 다가갔더니 갑자기 도망을 쳤다.
겨우 붙잡아 이동장에 집어 넣었다.
임시거처에 데려다주고 인사를 하려고 했을 때 순이는 나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화를 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여행을 위해 짐을 꾸리다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데, 고양이 순이가 없는 집안이 황량하고 넓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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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22일 수요일
고민하고 있다.
연주 여행을 가게 되었다.
짐을 꾸리고 준비를 하여야 할텐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양이 순이가 곁에 앉아서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일을 제의받았다.
다소 과장되어보이는 설명을 들었다.
돈벌이를 위해 하겠다고 대답은 했는데, 일을 진행하는 방법이 영 정상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밤에 급하게 연습을 해서 다음날에 연주를 해야한다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 정도의 일이야, 피로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쩐지 미덥지가 않게 느껴진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때에, 코앞의 이익때문에 수개월 수년동안의 일을 그르쳤던 경험이 이미 있었으므로,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고민하게 한다.
그렇지않아도 부담이 가득한 계절에 떠나는 타의에 의한 여행인데, 마음이 더 무거워진채 떠나게되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열 두 시간을 날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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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8일 토요일
프레시젼 베이스.
벌써 그렇게 오래 되었나.
8, 9년 전에 이태원에서 미국에서 온 어떤 베이스 연주자를 만났었다.
흑인이었던 그는 내 악기를 직접 쳐보더니 뭔가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오후였고 창문 밖에는 따스한 햇빛이 가득했었다.
그는 그 때 나에게, "precision is hotter than jazz"라고 했었다.
그런데 혹시 hotter가 아니라 harder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중에야 해봤었다. 나는 우리말도 가끔 못 알아듣기 일쑤이다. 한국영화를 볼 때에 자막이 있으면 아주 편안해 한다.
재즈베이스만 사용해보았던 나는 프레시젼과의 차이라고는 그저 픽업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요즘 연주할 때에 프레시젼을 사용해보고 있었는데, 이제 그 두 베이스들은 아주 다른 악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주방법도 달라야 하고, 음색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했다. 같은 악기의 다른 모양일 뿐인데 제법 큰 차이를 느꼈다. 소리의 질이 어떻다느니 하는 것은 훨씬 나중의 문제였다.
프레시젼 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나에게는 지금 더 어렵다. hotter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harder 는 맞다고 생각했다.
지난 며칠 동안 존 디콘의 연주들을 반복해서 들었다. 제임스 제이머슨의 음색과 프레이즈도 많이 들었다.
친구가 피노 팔라디노를 좀 들어보라고 권했지만 어쩐지 잘 듣게 되지 않았다. 그는 수천 곡의 세션을 했으니 나중에 내 취향에 맞는 그의 연주를 찾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나를 매료시키고 있는 것은 이제와서 새삼 존 디콘의 연주이다.
재즈베이스와 프레시젼은 반드시 한 개씩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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