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4일 수요일

조금 바빴다.


머리는 일부러 기르는 것이 아니다.
손질하러 갈 여유가 없어서 이 모양이다.

친구 아기의 돌잔치도 가보지 못했다.
연주 때문에 약속을 잘 못하며 지냈다.
벌써 몇 주 째, 하루를 돌아보고 주변을 정돈하다보면 언제나 새벽이었다.
사람들이 이메일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봄이 끝나간다.


비가 온다더니 바람만 불고 볕이 따갑다.
고양이는 잠이 많아지고 부쩍 센티멘탈해졌다.

나는 순이 곁에 나란히 앉아서 느릿느릿 두리번거렸다.
건물들 사이로 해가 숨어들 때가 되어서야 악기를 들고 집을 떠났다.
순이의 이마가 유난히 뽀송뽀송했다.

며칠 동안 비가 왔으면 좋겠다.



.

2005년 4월 28일 목요일

대구 공연.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대구는 그 사이 많이 달라져있었다.
하지만 일 때문에 갔었던 장소에서 여러군데 다녀볼 시간은 없었다.
지난 번에는 여름철에 공연을 했었다. 대구의 유명한 뜨거운 여름에 시달렸었다.
그 날 밤을 새워 운전하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졸음을 쫓느라 애를 먹었었다.
이번에는 고속열차를 타고 두어 시간 남짓 철로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방 방송사에 가면 가끔 감동을 받는다.
전문적이고 정열적인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소리를 얻고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분들 덕분이었다.
수년 만에 만나서 함께 연주했던 주엽이와도 반갑게 인사했다.
그 해 여름에도 나 혼자 그 그늘 아래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던 푸른 나무도 여전히 푸르렀다.


.

먼길 다녀왔다.


악기를 메고 새벽 거리를 한참 걸었다.
그렇게 걸었던 것도 오랜만이었는데, 걷다보니 그때 그 시절의 길을 밟으며 지나고 있었다.
새벽 내내 걸었다.
걷는 것이 재미있었다.
짐이 무겁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