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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2일 토요일

자코 부트렉


 애플뮤직에 웬 Jaco Pastorius 앨범이 새로 나왔다며 추천음반으로 보여졌다. 또 이곡 저곡 붙여둔 엉터리인건가 보다 하고 듣지 않고 있었다. 사실, 며칠이 지나도록 음악을 집중하고 들을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수상한 앨범의 곡명을 보다가 내가 모르는 타이틀이 있어서 들어보기 시작했다. 이 앨범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어서 알 수는 없지만 특이한 녹음이었다. 음질도 나쁘지 않고 악기 소리 외에 잡음도 없는데 그렇다고 제대로 믹싱을 거치지 않은 듯 밸런스가 좋지 않은 곡도 있었다. 이건 부트렉 같은 것일까.

자코의 연주도 특이했다. 솔로의 구성이 엉성하고 간혹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부분도 들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 편곡, 자코의 솔로 등은 클래스가 높았다. (당연하잖아) 두 곡을 이어붙인 트랙은 라이브 연주이거나 공연을 위해 리허설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정식으로 발매했던 앨범에서 들었던 자코의 완성도 높은 연주가 아니라고는 해도 무시무시한 테크닉은 분명했다. 이런 녹음은 누가 어떻게 보관하고 있었던 걸까. 플렛리스 베이스의 슬러를 사용한 인토네이션은 자코의 지문처럼 그 사람만 낼 수 있는 아름다운 사운드 그대로였다. 말끔한 구성은 아니고 반복되는 프레이즈를 계속 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본녹음이나 공연을 앞두고 꼭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솔로인데도 어느 부분도 화성적으로 틀리거나 이상한 음이 없다. 망설이는 것처럼 들릴 때에도 음악적인 손버릇으로 빈 곳을 메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음색이 대단하다.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

스티브 스왈로우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의 2020년 앨범 Swallow Tales를 한 해가 지난 이 즈음에야 듣고있었다.

기타리스트의 기타 트리오 편성 음반이지만 이 앨범의 주인공은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이다.  아홉개의 오리지널 곡은 모두 스티브 스왈로우 작곡이다. 믿음직한 드러머 빌 스튜어트의 완벽한 리듬연주 앞에서 선생과 학생으로 만나 수십년 동안 우정을 가꿔온 두 명인의 연주를 듣다보면 50여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른다. 세 사람의 연주는 튀어오르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으면서 모든 곡에서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듣다보면 저절로 탄식이 나오는 순간이 많은 앨범이다.

세 사람은 같은 또래의 동료들은 아니다. 스티브 스왈로우는 '40년생, 존 스코필드는 '51년생, 빌 스튜어트는 '66년생이다. 스티브 스왈로우는 존 스코필드의 1980년 앨범 Bar Talk 이후 스코필드의 앨범 여서 일곱 장에서 베이스 연주를 했다. 빌 스튜어트는 스물 네살 때에 존 스코필드의 Meant To Be 앨범에 참여한 이후 스코필드의 앨범 열 다섯 장에서 함께 연주해왔다. 이 앨범은 스왈로우 선생님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존 스코필드가 오랜 세월 자기들끼리만 연주해보았던 스티브 스왈로우의 곡을 녹음하자고 제안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앨범 전체가 차분하고 정갈한 기분이 드는데 그것은 혹시 ECM에서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선곡과 연주가 담백하여 ECM에서 내기로 한 것일지도.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에게는 어떤 신비로움 같은 것이 있다. 그가 아주 젊은 시절에 이미 '잘 나가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그가 '70년대 중반 이후 악기를 바꿔 연주해온 것을 들으며 나이를 먹었다. 긴 세월 내내 그는 어떤 범주에 집어넣기 힘든 고유한 일렉트릭 베이스 연주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가진 일렉트릭 베이스기타에 관한 관점이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한다. 굳이 새로 고안하여 이상한 모양의 악기를 완성하고 직접 연주하고 있는 것에도 나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그의 연주를 따라해보거나 솔로를 듣고 베껴 연주해볼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 어느 음반에서나 그의 연주는 특별하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매순간 스왈로우 세계의 어떤 풍경이 새롭게 펼쳐진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triad 사용법이라던가, 그가 기타피크를 쥐고 탄현하는 길고 짧고 세고 여린 모든 음들이 들려주는 깊이라던가 하는 것은 다른 누구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는 소리이다. 나는 아마 그의 연주를 따라해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을 시도해볼 엄두를 내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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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30일 월요일

알랑 카론, 듀엣 앨범


 캐나다의 베이시스트 알랑 카론은 좋은 연주자이고 선생님이며 작곡가이다. 그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구경할 수 있는 그의 연주 영상 대부분은 여섯줄 베이스로 16비트 슬랩 테크닉을 쉴 새 없이 보여주거나 악기 편성이 가득차서 세고 질량감이 높은 라이브들이었다. 이전에 그의 앨범 몇 장을 들어보았던 나의 인상은 그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2007년에 나왔던 베이스와 피아노 듀엣으로만 구성한 이 앨범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 연주자의 참모습을 구경한 것 같았다. 열 두 곡 중 두 곡에서는 멀티 연주자 Jean St-Jacques의 비브라폰과 둘이 연주했고, 나머지 열 곡은 네 명의 피아니스트와 번갈아 연주한 앨범이었다. 베이스와 건반악기의 듀엣이라니, 바람직하다. 알랑 카론은 플렛리스 베이스로 연주하고 있는데, 건반과 베이스 두 악기만의 사운드로 한 시간 십오분 동안 마음껏 스윙한다. 모든 베이스 라인이 아름답고 솔로의 구성은 풍부하다. 이렇게 좋은 연주자였다니, 감탄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열 곡은 알랑 카론 자신의 오리지널, 나머지 두 곡은 찰리 파커의 스탠다드와 이반 린스의 곡이다. 셀린 디온의 앨범에 참여했던 멀티 연주자 - 키보드, 비브라폰, 베이스, 기타 신디사이저를 다루는 Jean St-Jacques 가 버드의 Confirmation를 함께 연주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캐나디언 피아니스트 François Bourassa, Lorraine Desmarais, 베네수엘라 피아니스트 Otmaro Ruíz 와 연주한 곡들도 훌륭했다. 내가 뽑고 싶은 가장 좋은 넘버 두 곡은 캐나다의 전설같은 피아니스트 Oliver Jones와 함께 연주한 Strings of Spring과 Scrapper이다. 클래시컬이나 재즈 쪽의 거장 피아니스트들은 고희를 넘긴 나이가 되면 그 사람 자체가 피아노로 변해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교하지만 서두름이 없고 날이 서있는데도 따뜻하다. 피아니스트들의 맞은편에서 음반 전체의 사운드를 결정해주고 있는 알랑 카론의 음악적 능력은 대단하다. 그는 어째서 이 앨범 이후 다시 이런 시도를 해주지 않는 것인지.

따스하고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자려고 누웠을 때에 이 앨범을 머리맡에 틀어두었다가 몇번 낭패를 보았다. 음악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잠이 깨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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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0일 토요일

Dave Grusin

 


내가 스무 살, 이십대 초반에 들었던 음악 중에는 그 무렵 인기 있었던 GRP 레이블의 음악이 많았다. 당시 새로운 기술이었던 디지털 레코딩, 디지털 믹싱, 디지털 마스터링으로 제작했다고 하여 시디에 DDD 마크를 표시해두기도 했던 레이블이었다. 나는 나보다 음악을 많이 알고 있었던 친구집에 찾아가 음악을 듣기도 하고 LP나 시디를 빌려오기도 했었다. 그 중에 데이브 그루신의 1977년 앨범 One Of A Kind 도 있었다. 데이브 그루신은 그 이듬해인 1978년에 Larry Rosen 과 함께 GRP Records 를 시작했다. 나는 이 앨범을 친구가 가지고 있었던 LP로 빌려와서 카세트 테잎에 담아 카세트 플레이어로 들으며 다녔었다. 그 음반은 1984년에 GRP 에서 다시 발매했던 리이슈였다. 

그 즈음 어디에선가 우연히 만났던 여자아이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면서, '가요'는 안 듣는다고 했었다. 보사노바 얘기를 하고 스팅을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어느 날 내가 그에게 데이브 그루신의 Modaji 를 들려줬었다. 음악이 시작된 후 1분 쯤 지났을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노래는 언제 나와?' 라고.

그 다음에 한 번 더 만났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서로 별로 호감이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 친구는 나에게 '가요를 싫어하며 데이브 그루신 음악에 노래가 없어서 실망했던' 사람으로 남았다.

빌려왔던 LP를 카세트 테잎에 옮겨 담은 다음 친구에게 음반을 돌려줬다. 그래서 오래도록 그 앨범을 들었으면서도 앨범에 참여했던 연주자들을 알지 못했었다. 알려고 했다면 찾아볼 수 있었을텐데 나는 귀찮았던 모양이다. 이십년 전에 나온 데이브 그루신의 베스트 앨범을 듣다가 생각이 나서 '노래가 나오지 않는' Modaji 의 베이스 연주자를 검색해봤다. 프란시스코 센테노라는 사람이었는데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다.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오래 전 대학로 카페에서 틀어주던 뮤직 비디오에서 봤던 연주자였다. 유튜브 링크를 찾아보니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함께 연주하며 노래도 하던 그분이었다.

앨범 One Of A Kind 에 수록되어 있던 다른 곡 중 Playera 의 베이스는 론 카터였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다. 드럼은 스티브 갯. 나는 그 베이스 소리가 론 카터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그 곡을 들으며 그 베이스 사운드는 분명 일렉트릭 플렛리스 베이스일 것이라고 상상했었다. 그 앨범의 베이스 연주자는 프란시스코 센테노와 론 카터 두 사람이 맡고 있었다. 드럼은 모두 스티브 갯, 색소폰은 그로버 워싱턴 쥬니어였다. 

그러고보니 나는 데이브 그루신의 GRP 음반인 조지 거쉬윈 커넥션이라는 앨범도 가지고 있었는데, 시디와 함께 들어있던 두꺼운 책자와 종이로 되어있는 겉표지만 있고 플라스틱 케이스와 시디는 보이지 않고있다. 봄이 되면 방안의 물건들을 모두 끄집어 내어 꼭 한번 정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