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30일 수요일

고양이 식구들

 


당뇨병을 앓는 고양이 이지를 치료하고 돌보느라, 우리는 여름 내내 집에서 보냈다. 이지는 이지대로 회복하기 위해 혈당을 재고 주사를 맞느라 고생을 했다. 그러는 동안 다른 두 마리 고양이들은 무더운 여름을 각자 알아서 지내야 했다.


나는 외출해야 할 때에 나가기도 하고 하루 이틀 집에 들어오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아내는 여름 전체를 집안에서 긴 잠을 못 자면서 고양이를 돌보았다. 사람은 고된 일과를 몇 달 째 보내고 있는데 언제나 곁에 '엄마'가 있으니 고양이들은 좋은가 보다. 다 큰지 오래된 막내 깜이는 부쩍 응석만 늘었다.


열 네 살 고양이 이지는 느릿느릿 낫고 있다. 최근의 혈당수치와 진료를 보면 머지 않아 remission 으로 되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면 신나게 뛰기도 하고 깊은 밤 살금살금 나와 동생 고양이들의 밥을 몰래 먹어보기도 하고 있다. 혈당을 관리하기 위해 아내는 결국 다른 고양이들의 밥그릇도 모두 거두었다가, 모두에게 정해진 시간에만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고양이들도 나도 어차피 살을 빼야하니까, 불만을 가지진 말자고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