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30일 토요일

재즈

 


(4월 29일 금요일 밤)

내일 연주할 곡들을 계속 연습하다가 유튜브에서 유명한 연주자들의 라이브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번에 연주할 곡들은 내가 외우고 있는 곡들이 대부분이어서 조금 더 음악적인 것에 집중을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재즈 연주 영상들을 찾아 보고 있으니 잊고 지냈던 스윙 리듬의 기분이 돌아오고 있다.

Arturo Sandoval 의 십년 전 연주 영상을 보면서 아주 옛날 대학로에 매주 구경하러 가서 라이브를 보며 혼자 공부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당시에 나는 막막했던 미래에 대한 걱정, 무엇부터 먼저 시작해야 좋은지 알 수 없는 때였다. 아무라도 악기를 다루는 사람을 보면 다가가 인사를 하고 대뜸 질문을 해대었다. 내 성격에, 좀처럼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그 연주자 선배들은 뭔가를 묻고있던 어린애가 기특했는지 귀찮아하지 않고 나에게 뭐라도 알려주고자 설명하곤 했는데, 문제는 그들은 자기가 알고있는 것을 가르쳐 본 경험이 없어서 쉽게 설명하지 못했고 나는 너무 아는 것이 없어서 그분들의 친절한 설명을 알아듣지 못했다. 리얼북 한 권을 제본하여 들고 다니며 연주자들 앞자리에 책을 펴놓고 소절을 따라가며 보고있기도 했다. 요령도 없이 무식하게 혼자 배우고 있었던 시절의 기억이 갑자기 많이 떠올랐다.

(4월 30일 토요일 밤)

서교동 골목의 가게에서 연주를 했다. 어제 악보를 보며 연습해두길 잘했다. 오랜만에 비좁은 공간에서 베이스 헤드를 드럼의 라이드 심벌에 부딪히며 워킹을 할 수 있었다. 낯설은 장소, 부자연스런 무대였는데도 재미있었다. 오랜만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다른 것을 잠시 잊고 베이스만 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동네는 이제 판데믹이 끝나버린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다녔다. 연주를 마치고 얼른 악기를 챙겨 부모님 집에 들러야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Romain Pilon 의 몇 년 전 앨범을 들으며 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