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0일 수요일

함께 나이든 고양이들.


깜짝 놀랐다. 나이에 'ㄹ' 대신 'ㄴ'자가 붙은 후에 내가 지나보내는 세월을 신경 안쓰고 살다보니, 고양이 순이가 일곱 살이 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고양이 가족들이 늘고 맨날 보는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장난이나 쳤지 얘는 몇 살이고 쟤는 올해 몇이냐를 셈하며 지내지는 않았다.

투정 많고 까탈스러운 녀석이 무신경한 나와 살면서도 참 무던하게 컸다. 지금이야 집에서 아내가 늘 돌보고 응석을 받아주지만 어린 시절에는 새벽에 돌아오는 나 때문에 맨날 혼자 집에 남아 혼자 놀며 시간을 보냈을텐데. 그것이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큰언니 고양이 에기는 열 네 살이 되었다. 마음 열고 친해지기까지 몇 년이 걸리더니, 이제는 자주 웃고 뒹굴며 대해준다. 처음 만나서 수 년 동안 내가 제 곁에 가까이 다가가면 불편해하고 싫어했었다. 사실은 나라는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을지도...
이젠 하루에도 몇 번씩 나와 코를 부딪히며 뽀뽀를 해주는데, 큰 선심을 베풀고 있는 것 같아서 황송하다.
저 위의 일곱살짜리와 함께 두 고양이가 둘도 없이 가까운 사이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사 년이 되도록 둘은 친해지지 못하였다. 더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처럼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주면 좋겠다. 잘 먹고 잘 누고 아픈적 없으니 그게 고맙다.
카메라에 익숙한 에기는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다소곳하게 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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