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1일 화요일

글을 읽기.


엉성하게 아는 것은 사실은 잘 모르는 것이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를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못한다. 나는 은어를 남발하는 어린 친구들의 인터넷 글쓰기를 보면서는 그 솔직함과 객기에 가끔 손뼉을 쳐줄 때가 있지만, 문장이 되어지지 않는 비문을 늘어놓으면서 글을 씁네 하고 있는 자의식 과잉의 어른들의 글을 보면 기분이 상한다.

그런 글을 옮겨와서 조목조목 빨간줄 쳐주며 지적질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요즘은 그것에도 흥미를 잃었다. 모두 최근에 읽게 되어버린 네이버 블로그의 몇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모르면 모르겠다고 하라는 것이고, 무리하여 무엇인가 써보고 싶다면 그냥 솔직하게 좋다, 싫다를 말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솔직한 글쓰기이다. 음악에 대한 글이라면서 그 안에 음악은 없고 후지기 짝이 없는 국내 음반 속지 작가의 문체를 흉내내어 창의력이라고 우기고 있었다.

다른 글들, 예를 들어 이 음반 저 음악 평을 올리는 사람이 나름 음악관입네 늘어놓고 있는, ‘영어로 노래해야 묵직한 하드록이 완성된다’라는 주장이나,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을 육성하고 문학상을 시상해야한다'는 참신한 외침, 소리의 파장에 대한 용어는 배웠어도 여전히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어떤 사람의 명반과 명기 오디오 타령 등등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도 성가신 일이다.
그 중에서 엊그제 읽어버리고 말게 되었던 한 개의 잡글은 내가 직접 했던 작업에 관한 일이었으므로 몇 자 적어놓고 싶어졌다.

예를 들자면 이런 문장, “약간의 조율 이후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Girl Walking의 개러지성은 다분히 계산적이고 ‘우두두다다’의 그루브는 맨체스터나 런던 외곽 쪽 밴드들의 그것을 노련한 기술자들이 따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같은 것... 
두어 시간 동안은 볼펜으로 이마를 때려가며 혼낼 수도 있겠다. 그런 글은 일기장에 써두면 좋겠다. '개러지성' 같은 말은 왜 만들어서 사용하는걸까. 그것은 허세일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우두두다다’라는 곡의 편곡이라는 것이 녹음을 시작하기 불과 몇 십 분 전에 완성되었고, 밴드 멤버들의 합주로 겨우 한 번 녹음한 것이 음반에 수록되었다고 말해준다면 뭐라고 할까.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Girl Walking이라는 연주곡의 시작부분을 조율하는 장면으로 여겼다는 것도 좋게 보자면 귀엽다. 사실은 그 곡도 최종편곡이랄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단 한 번 연주한 것으로 테이크했었다.

그 사람이 영국 출신 밴드들의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면, 그 ‘맨체스터나 런던 외곽’의 밴드들에 대해 실례를 제시하고 우리의 작업물과 비교하여 실증을 내놓을 수 있어야 좋다. 도대체 런던 외곽의 밴드들이라니... 어느 지역까지 해당하는걸까.
뉴저지 인근의 재즈 밴드들의 사운드를 흉내내었으므로 The Bad Plus는 따라쟁이들이다, 라고 써도 욕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뉴욕의 음악팬들은 부업으로 음악평론을 쓰며 그 비싼 담배값을 벌 수도 있겠다.

'포맷팅에 대한 음반의 강박', '신세대적인 키치함이 아닌 7080 빵가게 데이트 이야기', ‘텍스트와 아키텍쳐가 충돌하는 어색한 순간’ 등등의 문장들... 그런 것을 삼가는 것이 글쓰기 연습의 좋은 기초가 된다. 이런 비문을 늘어놓는 수준이라고 해도 음악을 좋아하며 자신만의 기준과 취향은 있을 수 있다. 일기를 열심히 쓰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될 일이다.
더 읽고 더 배우는 사람들은 늘 겸양을 떨기 마련이다. 자신의 감상과 주장을 말하고자 할 때에도 자세와 태도가 있어야 한다.

그 사람에게 참고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에릭 클랩튼이 슬로우핸드로 불리워지게 된 것은 손이 느려져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만 몇 천원 정도 여유가 생기시거든 몇 달 전 출간된 에릭 클랩튼의 자서전을 사 읽어보면 좋다.

내 결론은, 그분이 그냥 이렇게 짧게 써놓았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창완밴드는 별로 새로운 것 같지도 않고, 나는 잘 모르겠다. 난 그냥 옛날 산울림이 더 좋다."

솔직하고 명쾌하며 흠을 잡을 수 없는 글이 된다. 그런것이 정직한 글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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