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6일 목요일

옛 사진을 보았다.

다른 사진을 찾다가, 더 오래된 사진들 (언젠가 스캔해둔 것들)을 만났다.
요즘 나는 레슨을 하고있는 어린 학생들을 자주 만났다. 
갑자기 이렇게 스물 몇 살의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손모양은 엉성하고 표정은 더 건방지다. 그런 주제에 당시의 나는 스스로 아주 연주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우습기 짝이 없지만 나름대로는 뭐 대견했다. 어찌되었든 지금에 와서는 창피하다. 지금 만나게 된 학생들중에도 훗날 악기를 메고 다닐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한 굴곡들이 많았던 나의 어린 시절과는 아주 많이 다르겠지.


나는 거의 놀러다녔던 기억이 없다. 이십대의 전부를 밤이 새도록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들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것 밖에 없었다.
그 시절이 그립다기보다도... 별것 아닌 일들 앞에서 즐거워하고 당황하고 기뻐하고 낙심하며 보냈던 어릴적 기억들이 많이 생각났다. 별로 소중하다고 하기도 뭐하지만 그렇다고 의미없지도 않다.

우연히 어떤 사람들과 처음 만나 인사를 하다가, 스물 몇 살 시절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났던 적이 있었다. 나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을 기억 못한다. 그런데 그들이 무슨 카페, 무슨 클럽, 어느 동네의 무슨 길 앞이 어쨌다거나 하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을 늘어놓고 있으면 많이 난처해졌다.

다음에 또 오래 전에 알고 지냈던 사람을 마주치게 되면 당시의 나의 모습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기억하는 나와 남이 기억하는 나는 얼마나 달랐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