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2일 화요일

양쪽 끝은 닮았다.


클래식 오디세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보면, 진행자인 아름다운 여자분이 언제나 드레스를 입고 나온다.
진행자의 말투와 어감도 격조있다. 심지어 근엄하기까지 하다.
카메라를 바꿔 쳐다볼 때 마다 언제나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원고를 읽는다.
누가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는걸까, 나는 그 모습을 볼 때 마다 생각해본다.
여자가 미소를 짓지 않으면 불편하게 보는 사내들이 있기 때문일까?
'고급음악'을 소개할 때엔 대충 단정한 옷 정도를 입어서는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엄숙한 분위기와 고급스러우려고 시도한 배경화면, 단편적인 정보를 나열하고 있는 설명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드레스를 보면 미안하지만 막 우습다.
지난 번엔 그 진행자분에게 어깨가 드러나보이는 드레스를 입혔는데, 어두운 색의 긴 치마여서 오히려 더 더워보였다. 그렇게 격식을 차린 설명 뒤로 소개된 영상은 털털하게 셔츠를 풀어헤치고 야외에서 자유롭게 연주하는 요요마였어서 더 웃겼다.

매스미디어가 일반 시민들을 계몽해야 한다는 강박, 후졌다.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은 모두 사람들에게 이런 것 좀 들어보라며 문화를 배우라고 가르치려는 듯 보인다. 그러다가 간혹 진행자가 일으켜 세워서 인사를 시키는 사람들은 무슨 시장이거나, 군수, 도지사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주 일찍 음악회장에 오는 것이 틀림없다. 항상 맨 앞 자리에 앉아있다.

얼마 전에 이상한 쇼프로그램에 이상한 애들이 나와서 바지를 벗고 뛰어다녔다고 하여 말이 많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어느 부분을 사람들에게 생방송으로 보여준 것이 뭐 그렇게 대수인가 생각은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내가 우습게 여겼던 근엄한 프로그램의 드레스가 떠올라 겹쳐진다.
그들이 보여준 행위의 교훈이라면 알맹이 없는 사람일수록 늘 껍데기만 뒤집어 씌우려하는줄만 알았는데, 반대로 껍데기를 벗는 사람들도 있다는 정도라고나 할까. 펑크니 인디니 흉내를 내보려면 공부는 아니라고 해도 조금의 사색 정도는 있었으면 좋았다. 외피만 가져온채로 내실이 없는 경우, 사람은 그렇게 된다.

그 둘은 닮았다. 벗고 뛰어다닌 청년들은 행위에 대한 근거가 없고, 필요없이 차려입은 사람들은 격식 속에 내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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