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3일 월요일

음악.

어린시절에 빠져들었던 음악들은 나머지 평생 동안 좋아하게 되는 것일까.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금지곡들도 많았었고, 금지곡이 아니라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음반들이 많았던 시절, 음반 한 장을 위해 작전을 세우고 조사를 하고 음반가게를 뒤지며 듣고 싶은 음악들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많다.

그때의 음악들을 이제는 손바닥만한 시디로 손쉽게 구해 듣고, 수천 곡을 하드디스크에 담아 들을 수 있다. 휴일이라면 종일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음악만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사정이 좋아졌다고 하여도, 열악한 오디오 기기를 껴안고 처음으로 체험하는 모든 소리들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 몰입할 수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음악을 한다며 돌아다니다보면 자주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을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한 번 만나면 두 번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고, 나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신경질이 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있다.

그러나, 절대로 용서가 되지 않던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도 가끔씩은 마음 한쪽이 흐뭇해질 때도 있다.
그들도 어느 시절의 어느 순간들을, '빽판'을 껴안고 보물같은 음악에 빠져서 보냈던 기억이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좋고 나쁜 사람이란 없는 것 같고, 그냥 모두 다 친구같을 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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