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20일 목요일

Jaco.


맨 처음 그의 음악을 들었던 것은 아주 오래 전 어느 봄날, 나른한 기운이 가득했던 오후였다.
그 목요일 오후에 나는 처음 그의 연주를 들었던 것이다.
그 후 십여년이 지나는 동안 여전히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들 중 그의 연주가 담겨있는 것이라고는 팻 메스니의 첫 앨범 뿐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자면 맨 처음 그의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에 나는 레코드점으로 달려가 그의 음반들을 사왔어야 좋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어쨌든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의로 그의 음악을 듣지 않으려 했었다.

80년대 이후 많은 베이스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다가 보면 어느 특정한 시기에 그들 모두가 비슷한 습관을 지니게 된 것처럼 비슷한 프레이즈를 써먹고 있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었다.

앤소니 잭슨의 말이 생각난다.

"자코 이후의 수 많은 베이스 연주자들은, 미안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모두 자코의 클론이라고 여겨진다. 이제 누가 그의 벽을 깨고 넘을 수 있을까?"

최근에 와서야 나는 그의 시디를 모아놓고 열심히 듣고 있게 되었다.
이제는 자코보다 더 뛰어난 테크닉을 지닌 베이스 연주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래봤자 모두 다 비슷 비슷하다. 자코의 위대함은 단지 베이스줄을 튕기는 것에 있지 않다. 그가 작곡한 곡들을 진지하게 들어보아야 한다. 실제로 나도 모르게 공손한 자세를 하고 음악을 들었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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