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1일 금요일

엘에이 연주여행.


11월 13일.

새벽에 깨어났다. 옷가지를 챙기고 악기가방에는 에어캡을 잔뜩 채워넣는 정도의 일만 남았어서 준비는 너무 일찍 끝났다. 샤워를 하고 아내가 방금 익혀준 고구마를 먹고 커피는 두 번을 내려 함께 마셨다.

고양이 순이는 내가 가방을 싸고 옷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그만 내가 멀리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되어버렸다. 벽을 보고 앉은채로 서운함을 드러냈던 내 고양이.

로스 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던 것은 13일 오전. 나 혼자 입국심사에서 문제가 생겨 경찰에게 앞장 세워져 격리된 채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세 사람의 직원에게 순서대로 똑같은 인터뷰를 하고 난 후 풀려났고 아직도 이유는 모른다. 아마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첫날엔 엘에이의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서 짧은 공연. 홍보를 위한 것인지 단순히 초대받은 행사를 위해 봉사를 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고, 비몽사몽 간에 몇 곡을 연주했다.
그것을 마치고 났더니 밤 열 시 오십 분. 엘에이에서 샌디에고 방향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갑자기 등장하는 카지노 리조트 호텔, Pechanga에 도착했다.
피곤에 절여져서 배추처럼 늘어진 모습으로 샤워를 하고 만 이틀만에 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잤다.

잠을 깨어 호텔 안과 밖을 돌아다녀 보니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11월 15일, 공식적인 첫 공연은 저녁 여덟 시.
일부러 좋은 케이블을 챙겨오길 잘했다고 여기며 안도했다. 이번 투어에 사용한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2014년 10월 24일 금요일

애정 많은 고양이.



지난밤 뒤척이다가 늦게 잠들었다.
도중에 이 고양이 때문에 깨어나고 말았다.
내 다친 손의 상처를 핥아주려 한쪽 앞발로 내 손을 누르고 있었던 것.

상처에 약을 발라 놓았기 때문에 이 녀석이 그것을 먹게 될까봐 잠결에 주먹을 쥐고 나는 뭐라고 웅웅거렸던 것 같다. 결국 침 범벅이 된 손을 하고 다시 잠들 수 있었다.




2014년 10월 23일 목요일

손을 다쳤다.


오랜만에 손을 다쳤다.
악기에 계속 닿아야 하는 부분의 살이 벗겨졌다.
내 심 이것을 핑계로 며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진을 조금 조작하여 심한 상처인 것 처럼 꾸며서 일을 못하겠다고 하고 싶었기도 했는데...

몇 시간 만에 빠르게 낫고 있다.

되는 일이 없는 가을.




2014년 10월 9일 목요일

못생긴 사람들.


남의 것을 보고 우선 샐쭉거리기, 시샘을 할 때에만 빛이 나는 눈을 가진 여자들과,
멋대로 사람의 겉을 품평하고 더러운 취향 드러내기를 소일로 삼는 남자들.

그들은 공통적으로, 못생긴 자신의 일면을 평생 감춰볼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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