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4일 토요일

아이폰


어제, 아내와 나의 아이폰을 4S로 바꿨다.
iOS 5에 최적화된 기계를 쓰게 되니 지금은 가볍고 날 것 같음.

그런데, 저녁에 아내가 모임에 나갔다가, 각종 분야에서 언제나 난체하며 타인을 자주 비하하곤 하는 어떤 갤럭시 유저남으로 부터, ‘아이폰의 기능을 10%라도 제대로 쓰고 있느냐’는 비아냥을 받았단다. 그분 말하길 자신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10%도 쓰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갤럭시 탭을 사용한다고 하는, 뭔가 이상하면서도 아주 잘 수긍이 가는 설명도 덧붙이면서.


요약해서 두 가지를 말해주고 싶은데,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한다고 해서 대부분의 남들도 비슷하리라는 생각은, 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관심도 호기심도 없으면서 동시에 이해력과 가치판단도 결여된 상태를 드러내는거다. 보통 그런 상태를 간편하게 표현하기 위하여 무식하다…고 부른다. 무엇이든 '여자'에게 가르치려 드는 한국의 아저씨들을 그래서 남들이 모두 싫어하는 거란다.

그리고, 내 아내는 아이폰의 기능을 전부 죄다 써서 걱정이다. 참고로 지난 십여년 넘게 매킨토시만 써왔다. 그리고 우리는 맥 오에스로 연애를 하다가 결혼했다.

듣던 중 병신같은 소리였어서 굳이 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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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편식하는 고양이.

셋째 고양이 꼼.
얘가 새해에는 제발 부디, 주는대로 밥 좀 잘 먹었으면 좋겠다.
음식을 가리고 먹는 양도 적어서 그 덕분에 몸매는 제일 날씬하다.
새해에는 잘 먹는 것을 찾아내어 무조건 많이 먹여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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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고양이.

모든 포유동물이 그렇지만, 고양이는 그중에서도 사랑이 많은 존재이다.
그리고 예민하기도 하고 세심하기도 하다.
제법 까탈스럽고 예민하다는 주인 녀석에게 따지고 꾸짖을 일들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을성도 많은 동물이다.

집안의 큰언니 고양이 에기. 건강해줘서 고맙다.
집안에서 가장 스트레스에 민감한 고양이인데도 늘 많이 참고 오래 기다려줘서 볼 때 마다 미안하다. 언제나 건강하고 많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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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밤은 길어도 아쉽다.


겨울밤은 길어져도 아쉽다.
요즘은 며칠 동안 밤마다 음반들을 앨범째로 되듣고 있다.
이틀 전에는 아침까지 캐논볼 애덜리, 베니 골슨, 브레커 형제들, 밥 민처의 음반들을 들었다. But Not For Me가 끝났을 때 창문 밖이 밝았다.
오늘은 윈튼 켈리의 음반 서너장을 아이튠스에 담아 헤드폰을 쓰고 순서대로 듣고 있다.
음악을 들을 시간도 없이 한 해를 보냈는데, 그렇다고 분주히 움직여 무엇을 했다고 말할 것은 하나도 없다.
좋은 연주, 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니 무슨 안전한 장소에 겨우 숨어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번 해엔 부쩍 자주 어딘가 좀 다녀오고 싶어졌었다.
아침에는 안개도 내리고 풀잎에 찬이슬이나 서리가 앉아있거나 해도 좋고, 방문을 열면 흔들리거나 말거나 나뭇가지가 능청스럽게 내려다보는 곳에서 며칠, 아니면 몇 주 지내다 오고 싶었다.
그리고 그곳은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평에 계시는 영주 형님도 뵙고 싶고, 대구에 있는 해룡형도 만나고 싶었다.
동해에 사는 영현이도 찾아가보고 싶었고 바다 건너 조지아주인가에 살고 있다고 하는 은엽이도 생각났다.
멀리 있는 분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가까이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잔에 남은 차를 식혀본 일도 없었다.
언제나 바쁘게 급하게 서두르며, 만나면 시계나 들여다 보며 지내버렸다.
언제나 시간이 없었던 이유는 알고보면 내가 바빠서도 아니고 특별히 더 게을러졌기 때문도 아니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열흘 남은 올해의 끝이 되고 났더니, 모래를 한 웅큼 쥐었다가 손을 편 것 처럼, 무엇 하나 남은 것도 없고 만져지는 것도 없다. 뭘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기억해야 할 것을 까먹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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