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0일 금요일

이가 아프다.

미련한 습성은 나이 먹는다고 배워지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미련 곰탱이임에 틀림 없다. 
그저 피곤이 쌓여서 잇몸이 부었나 했더니 지금 하루가 넘게 치통에 시달리는 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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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9일 목요일

어린 연주자

한 번 좋은 것의 맛을 보게되면 그것이 그대로 기준이 되어버린다.
그동안 운 좋게 좋은 드러머 분들을 겪어오다보니 음악도 모르고 아직 갈 길이 먼 어린 드러머 친구와 연주하는 것은 마치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내 어릴적에 나를 토닥거려주시던 선배 분들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내가 밀고 끌고 올라가보아야 직성이 풀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적어도 음악을 연주하려 한다면 음악을 사랑하는 법 부터 배우면 좋겠다. 음악을 말과 글로 배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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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6일 월요일

개꿈을 꾸었다.

늦은 밤 저녁식사 후 기절하듯 쓰러져 세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꿈에서 옷을 홀랑 벗고 동네를 뛰어다녔다. 이건 무슨 개꿈인걸까.

커피를 만들으려다 그릇을 닦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큰 쓰레기 봉투를 수거장에 내려다 놓았다. 집 밖은 고요하고 시원했다.

다시 커피를 만들어 마시려다가 이번엔 전기 주전자를 닦고, 내친 김에 주방청소를 해버렸더니 땀이 흠뻑 났다. 아이폰의 할 일 목록을 읽고, 시간을 계산해보고, 큰 숨 한 번 쉬고 샤워를 했다.
나는 일과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인데, 잠에서 깨어난 고양이들이 아내를 깨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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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의 장면.

새벽에 집에 돌아왔다.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던 중 처참하게 부서진 자동차가 넓은 핏자욱과 함께 치워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위로 밤하늘은 무심하게 내리고 있었다.
산의 내장을 후벼 파 놓은 긴 굴을 지나니 하루의 끝이 보였다. 그 순간 좋아하는 음반의 마지막 곡이 절묘하게 끝났다.

오후 부터 이어지는 개인레슨... 이제 8시에 올 학생 한 명만 남았다. 지치지 않기 위해 잠시 담배 두 개비를 연거푸 피웠다.  몸이 지쳐오긴 하지만 비바람을 맞으며 악기를 들고 온 학생들의 성의가 고맙다.

트위터를 보다 보면 합리적인 이성, 수학적인 사고를 해야 마땅할 직업의 종사자들이 객관적 사실과 자신의 취향을 혼동하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바탕삼아 타인을 훈계하려 하는 꼴을 매일 본다. 
이것은 요즘만의 일이 아니라 고래로 부터 내려오는 인간사의 장면이어서,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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