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6일 토요일

iTunes

여러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새 iTunes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아이튠스와 아이팟은 매킨토시 사용자들만의 궁금거리가 아닌 것이 되었다. 이런 현상이 내 눈에는 아직 낯설게 보였다.

지금은 80기가의 하드디스크에 음악을 넣어두고 있다. 그 파일들은 내 아이팟에도 담겨 있다. 음악을 잘 분류하기 위해서 파일 마다 장르를 분류해 뒀다. 머리를 굴려 선택한 방법은, 재즈, Rock, 그 외의 어중간한 것들은 모두 뭉뚱그려 Pop, 우리말 가사인 곡들은 다 모아서 그냥 가요, 그리고 Classical... 이렇게 설정했다. 그렇게 해버린 바람에 메탈리카와 카디건즈가 Rock 안에 모여 지내고 있고 Scott Hederson 과 Jim Hall 이 나란히 Jazz 안에서 살고 있게 되었다.

어디에도 구겨 넣을 수 없는 음악들도 있다. Béla Fleck & the Flecktones 의 음악을 어느 장르에 넣어둬야 좋을지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

2006년 9월 13일 수요일

명상 중인 고양이


동이 틀 무렵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를 향해 가다가 멈칫했다. 내 고양이 순이가 창가에 앉아 어딘가를 응시한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냥 되돌아 왔다.
한참 후에 다시 일어나 보았더니 여전히 저렇게 하고 있었다.

내가 늘 밤을 새우는 바람에 고양이도 해가 뜨면 자는 것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고양이와 나의 시간은 남들과 반대였던 것인지.

이제 내가 잠들기 위해 누우면 곁에 와서 먼저 골골거리며 잠을 잘 것이다.
나와 내 고양이는 서로에게 잘 적응하며 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2006년 9월 12일 화요일

녹 슬었다.


작년 10월의 베이스 브릿지 모습이었다. 이 때에도 녹이 슬어있군, 하며 사진을 찍어 뒀었다.

내 손과 발은 일년 내내 뜨겁다. 언제나 손바닥에 열꽃이 필 정도로 뜨거워져 있어서 여름철에 운전하는 것이 위험했던 적도 있었다. 손이 뜨거우니 땀도 많이 나는 바람에 운전대에서 손이 미끄러지거나 했기 때문이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베이스 줄이 내 손 때문에 금세 못쓰게 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낮에 오랜만에 브릿지를 조정할 필요가 생겨서 브릿지의 나사를 돌려보았다. 그런데 그만 나사의 대가리 일부가 투두둑, 가루가 되어 떨어져 버렸다.


오늘 낮의 베이스 브릿지 모습이었다. 이제 그냥 빨갛다.

나는 자주 브릿지에 손뼘을 대고 연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 빈티지 스타일의 브릿지가 좋아서 녹슬지 않는다는 다른 브릿지는 쓰고 싶지 않다. 이 브릿지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빨리, 많이 녹슬어버린다는 것이다.

라이터용 휘발유로 잘 닦아서 말려두고 있다. 머지 않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 전체를 교환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06년 9월 11일 월요일

구 일일.

수 년 전 그날, 뉴스를 지켜 보고 있었다.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라고 쓰고 싶지만, 누구에게 애도를 표현해야 할 지 몰라서 혼자 애도했다.
그 사건이 나기 아홉 달 전에, 미국인들의 이상한 대통령선거에서 고어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법원의 판결에 반대하지만 받아들이겠다고 했던가,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 9월 11일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 후 기다렸다는 듯 이어졌던 이라크 침공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 즈음 나는 자코 파스토리우스의 전기를 읽고 있었다. 그 해의 9월에 영주 형님의 스튜디오에 인터넷 방송을 하러 다니고 있었는데 마이크 앞에 앉아서 음악을 틀어놓고 프린트 된 자코의 이야기를 보다가 1987년 9월 11일에 그가 나이트 클럽 앞에서 두개골이 부서진 채로 발견되어 병원에 옮겨졌다는 부분을 읽고 있었다. 무서운 뉴스가 나오고 있던 9월 11일에 비범했던 연주자의 어이없는 죽음과 관련된 오래 전의 9월 11일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였어서 그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또 9월 11일이라고 하면, 3년 전 그날 하루 아침에 내 세간살이가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진 후 텅 비어있는 집안에 남겨졌던 일이 (아무리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기억이 난다. 정확히는 9월 1일의 일이었고, 내가 완전히 망가져있다가 비로소 밥을 챙겨 먹으며 어떻게든 살아봐야겠다고 분주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던 날이 열흘 뒤인 11일의 일이었다. 이 홈페이지의 기록을 다시 보니 12일에 '모든 일을 다시 시작...' 어쩌고 라며 써두었던 기록이 있었다.

서로 전혀 관계없는 9.11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