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5일 수요일

내 사진.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나더러 어딘가 밝아졌다는 인사를 해줬다.
처음에는 좋은 말인가 보다, 했다. 잘 생각해보니 혹시 머리숱이 더 없어져서 얼굴의 명도가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하여 우울해했다.

감정은 예민한데 반하여 신경이 둔하기 때문에 조울증 같은 것을 겪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다. 신경이 둔하여 뇌까지 영향을 못 미친다고 하는...

멀리서 찍혔던 사진들 중에 한 장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올려둔다. 웃고는 있는데 어쩐지 북한식당에서 파는 만두처럼 보인다. 찡그리고 다닐 때엔 터져버린 만두였을테니 이 편이 조금 낫겠지.



2006년 4월 3일 월요일

화분.


화분을 들여다 놓았더니 고양이 순이가 갑자기 꼬리를 반듯 세운채로 다가왔다.
원래 알고 지냈던 사이인 것 처럼 화분을 데리고 너무 잘 놀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는지 소리도 질렀다.
오전에 내가 짐을 챙겨 나갈 때 까지 한참 동안 순이는 화분과 함께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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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일 일요일

추모비.


지하철에서 내려 뮤지엄역을 나서자마자 넓은 광장의 가운데에서 추모비를 보았다.
바츨라프광장에 있는 조그만 비석이었다.
나는 나이든 여자 한 분이 비석 위에 꽃을 놓아두고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여자는 너무 느리게 걷고 있어서 어슬렁거리는 광장의 야경 속으로 어느 순간 스르륵 사라질 것 처럼 보였다.

옛 소련이 프라하의 봄 주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에 항의하여 1969년에 분신을 했던 얀 팔라흐와 그의 동료를 추모하고 있는 비석이라고 했다.
이곳에는 내가 며칠 동안 지나다니며 볼 때 마다 언제나 새로운 꽃들이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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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팠다.


평소보다 운동량이 많았던 탓이었는지, 쉽게 배가 고파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