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21일 월요일

적막하다.

이사를 하기 위해 잠시 머물고 있는 방에는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텔레비젼도 라디오도 없다. 종이신문도 없다.
집에 돌아오면 고요한 정적 속에서 고양이와 마주 앉아 잡담을 하다가, 움베르토 에코의 신간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열흘 후에 또 이사를 할 생각을 하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새벽, 근처에 있는 PC방에 들렀다.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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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0일 목요일

양철통.


병주가 혼다 씨의 프로토타입 '물건'을 선물해줬다.
저 안에는 단지 전선이 두 가닥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악기와 앰프 사이에 저것을 통과시키는 것 만으로 음질이 좋아진다. 이렇게 말하면 역시 대부분 믿지 않겠지만.

지난 번 '나무인형' 해프닝의 시리즈 격으로 나는 이것을 양철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정식 상품으로 출시되면 어떤 이름이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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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없다.

정신이 없다.
군대에 있을 때에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많은 양의 일을 반은 용기로, 반은 오기로 하룻밤 사이에 다 해치웠던 적이 있었다.
결국 그 후에 나는 군인병원 신세를 지고 말았었다. 탈진이었다.

그 일은 드문 경우였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나의 체력은 항상 충분할 정도로 양호한 것 같다. 문제는 스트레스인 것 같다. 정신적인 자극이 몸의 상태를 지나치게 지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 심란한 일들이 계속 생겨나지만, 해야하고 부딪혀야 할 일들을 모메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잠이 부족하고, 내일이 이사하는 날인데, 짐을 꾸려놓지도 못했다.
밤에 연주가 끝나면 다른 장소에서 새벽까지 연습이 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더 편하게 지내보겠다는 바람도 그다지 없다. 그냥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내일은 비가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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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9일 수요일

고양이의 죽음.


나와 함께 살던 놈도 아닌데, 계속 마음이 안 좋다.
자꾸 상실감을 느끼고 떠내보내고 무엇인가 잃게 되는 일을 겪다보면 언젠가는 완전히 무감각해질 수도 있게 될까.

마음이 고요할 수 없는 봄이 오고 있다.
이틀 후에는 살고 있는 장소를 떠나서 이사를 한다.
여름, 가을을 내다보며 사람들과 연습하고 준비하는 일들이 있다. 그러는 도중에 계속 마음이 심란해지는 일들이 반복된다.

다음 달에는 또 한 번 이사를 한다. 문득 부대이동 준비를 갖춘 지휘통제실에서 야간근무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몸이야 어디에서든 눕히면 되겠지만 마음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아직도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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