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12일 목요일

자코 anthology.


자코 파스토리우스 앤솔로지가 발표될 것이라는 기사를 읽었을 때에는 수록곡 리스트를 보고 실망을 했었다.
자코가 죽은 후 계속 나오고 있는 그의 음반들은 너무 심하다. 아무리 장사도 좋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나빴던 기억은 Golden Roads 라고 하는, 일본에서 출시했던 자코 음반이었다.
이 연주자의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아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그 음반이 무슨 가치가 있다는 것일까, 하였다.

게다가 자코가 살아있을 때에, 그가 만들었던 음악이 자신들이 원했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음반을 내주지 않았던 회사가 워너브러더스였다. 이제는 그 회사에서 '천재 베이시스트' 라는 문구를 써가며 두 장 짜리 편집앨범을 팔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이 음반을 사고 말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났을 때에 기분은 좋아져있었다.
새로운 곡은 하나도 없었지만 처음 공개된다고 하는 홈레코딩 버젼은 재미있었다. 그 외의 수록곡들도 자코 사후에 나왔던 다른 음반들에 비해 성의있게 준비한 것 같았다. 두 장의 시디에 모아놓은 스물 여덟 곡의 음악들은 순서도 잘 갖추어놓았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접해볼 수 있었던 몇 곡도 깨끗한 음질로 들어볼 수 있다. 다시 들어보아도 새삼 어떻게 이런 연주를 하고 이런 작곡을 했을까, 감탄하게 되었다.

다만 여전히 한 가지, 음질은 깨끗해졌을지 모르지만 시디 전체가 어딘가 답답한 음색이었다. 프레스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부터는 라이센스를 사지 않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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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


주문했던 음반들이 오전에 도착했다.
몇 가지 필요한 악보들을 정리하고 배달되어 온 상자를 뜯어보았다.
새 시디들의 포장을 벗기고 음악을 듣는 순간이 즐겁다.

메탈리카의 신보, 좋았다.
시디는 하드디스크에 음원파일로 옮겨뒀다. 함께 담겨있던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눅눅한 초여름날, 저녁 늦게까지 메탈리카를 들었다.

리뷰나 비평들은 이 음반을 나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은 듣고 읽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메탈리카 덕분에 아직 듣지 못한 새 시디들이 남아있다.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음반들을 책상 위에 겹쳐 올려두고 있는 기분도 좋다.

라이센스 음반을 구입하는 경우 그 안에 끼워진 우리말 속지는 여전히 한심하다.
그것은 음악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음악에 대한 논의도 아니고 광고도 아니다.
그냥 유치하기 짝이없는 일기와 비슷하다.

"커크해밋의 날카로운 피킹에 쓰러진 많은 사람들은 주작의 기운이 자욱한 무덤의 평원을 이루었고..."

라는 따위의 어투와 문체를 보고 그만 그 종이를 꽉꽉 구겨서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그러나 쓰레기통에 한번에 들어가지 않는 바람에 굳이 일어나 그것을 다시 집어서 버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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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0일 화요일

새벽.


하기 싫은 연주였다.
재미있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새벽에 국도를 달리다가 잠시 차를 세웠다.
커피를 한 잔 사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식혀 마셨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코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면서, 불평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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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5일 목요일

빅터 베일리의 베이스.


빅터 베일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1년이 넘도록 분실한 베이스에 대한 광고를 올려두고 있다. 휴스턴 공항에서 분명히 체크를 하고,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는데 베이스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가 베이스를 되찾을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미국의 국내선 항공사에서는 그런 사고가 흔히 일어난다고 들었다.

오랜 후에 이베이 같은 데에서 저 악기가 나오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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