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 토요일

영암에서 공연

 

전날부터 나주, 영암엔 비가 내렸다. 금요일엔 하루 종일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야외에 설치된 무대 바닥은 흠뻑 젖어있었다. 사운드체크를 한 후 물기 많은 트랙을 한 번 걸어보았다. 날씨 때문에 관객이 많이 없겠지만 연주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귀를 틀어막은 인이어 덕분에 천막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음악 소리와 섞여서 듣기 좋았다.
사십여분 공연을 마친 후에 차 안에서 몸을 녹이니 잠깐 동안 덜덜 떨렸다. 가는 비가 부딪는 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듣다가 충북을 지날 즈음 비가 내리지 않아 음악도 잠시 꺼두었다. 어둡고 고요한 고속도로가 친숙했다. 심야에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 라면을 팔고 있는 것을 기억했다. 자정에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먹고 기운을 차려 집에 돌아왔다.


2024년 10월 13일 일요일

세종시에서 공연

나뭇잎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하늘이 흐린 덕분에 낮에 운전할 때 눈이 부시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다. 팔당대교 북쪽에 가는 길까지 너무 정체가 심하여 시간을 많이 썼다. 145킬로미터, 2시간 52분 걸렸다.

잘 꾸며진 무대 뒤에 주차한 후 차 안에서 몸을 눕히고 조금 쉬었다. 일몰 후에 차 안에서 내다 본 무대 위 하늘이 근사해보였다.

리허설을 삼십여분 하고, 그대로 무대 위에 서있다가 첫 곡을 시작했다. 베이스 앰프 캐비넷에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반가왔다. 공연 중에 앰프 소리를 듣고 싶어서 한 쪽 인이어를 잠깐 빼어 보기도 했다.

한 시간 조금 넘는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출발했다. 고속도로에서는 음악을 틀어두고 오른쪽 차선 위에서 느긋하게 운전했다. 좋은 음악들을 듣고 있으니 몇 주 동안 바쁘게 내쉬었던 숨을 고르는 기분이 들었다. 운 좋게도 집에 돌아와 주차할 자리도 있었다.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장안사거리에서 공연

 

장안사거리 도로를 임시로 막고 야외무대를 설치한 곳에서 공연했다. 집에서 15킬로미터 거리를 한 시간 넘게 걸려서 갔다. 토요일 오후, 동네 출구에서부터 강변길을 따라 끝없이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코스모스 축제라던가 하는 플래카드가 드문드문 걸려 있었다. 장안사거리 도로 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도 무슨 페스티벌, 저 동네에서도 어떤 축제, 다음 날엔 세종시에서도 또 페스티벌.

도로 한 가운데의 무대 앞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무대 옆, 뒤에도 사람들이 다가와 있었다. 왕복 사차선 도로 위에 서서 신호등 색상이 바뀌는 걸 보며 연주했다. 아니 벌써, 손이 시렵구나, 했다. 여름이 그렇게 길더니.

연주를 마치고 밤중에 돌아올 땐 20분 걸렸다. 오는 길에 장거리 운전을 위해 연료를 가득 채웠다. 악기는 차 안에 실어두고 집에 돌아왔다.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칠곡에서

처음엔 약속보다 한 시간 쯤 일찍 도착할 것 같았다. 두어 시간 달리다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휴게소에 들렀는데, 시트를 눕히고 잠깐 쉬어야겠다고 했던 것이 그만 삼십분이나 잠을 자 버렸다. 자동차 앞유리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서 다시 한 시간 십 분을 달렸다. 행사장소에 도착하여 안내하는 분에게 길을 묻기 위해 창을 열었더니 나쁜 냄새가 들어왔다. 낙동강 녹조 독소가 유역 주민들의 신체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지금 읽는다.

가는 비가 계속 내렸다. 리허설을 마치고 악기는 가방에 넣었다. 무대 위에 놓아두어야 했던 페달 위에는 비닐 우의를 덮어 놓았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귀에 인이어를 꽂고 계단 앞에 섰을 때, 갑자기 약속되어있던 시간을 바꿨다며 맨 끝 순서에 연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게 어디있느냐, 라고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것'이 없으면 좋겠지만, 이럴 수도 있지 뭐. 오래 다녀보니 대충 알겠다, 싶었다. 35분 연주를 마치고 집으로 출발하면서 사흘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잘 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새 자동차를 운행한지 백일 쯤 지났다. 클러스터를 보니 그동안 9천 킬로미터 넘게 주행했다. 오늘 하루만 오백킬로미터 넘게 운전했으니까 석 달 만에 그 정도 달렸던 것이 뭐 이상한 건 아니다. 
아이폰에 다운로드 해뒀던 앨범을 듣고 그 후엔 소니워크맨에서 랜덤으로 음악을 틀어두며 집에 돌아왔다. 자정이 넘어서 도착했는데 이번에도 주차할 자리가 남아 있었다. 운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