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4일 화요일

고양이 식구들

 

고양이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이지의 당뇨증세는 다 낫지 않았지만 아주 호전되었다. fructosamine 수치도 많이 낮아졌다. 우리는 이 정도만으로도 감사해 하며 병원에서 돌아왔다. 이지도 편안한 얼굴로 어슬렁거리며 집안을 다녔다.

열세살 고양이 짤이도 보름 동안에 많이 좋아졌다. 기침도 하지 않고 다시 그르릉거리기도 하며 지낸다. 이지와 병원에서 돌아올 때에 짤이에게 먹일 약 일주일 분을 더 사왔다. 두 마리 모두 스스로 먹으려 하지 않아서 아내는 하루 종일 고양이에게 먹일 사료를 가공하고 번갈아 손으로 떠먹이느라 고생하고 있다. 


어른 고양이들을 돌보느라 일곱살 고양이 깜이에게 소홀하였다. 깜이는 다가가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면 귀찮아하지 않고 기분 좋아한다. 조용히 곁에 와서 몸을 기대었다가 그대로 졸기도 한다. 언니들을 간병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는 것 같았다.


2023년 10월 22일 일요일

함께 나이 들었다.


 유월부터 열네살 고양이 이지의 당뇨병을 치료하고 간병하며 돌보기를 다섯달 째. 나는 일을 하기 위해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이 잦았고 아내는 혼자서 잠을 못자며 고양이를 보살폈다. 올해의 여름은 아내에겐 없었던 계절이 되었다. 

이지의 혈당수치가 점점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인슐린 주사를 매일 하지 않아도 될 즈음에 이번엔 열세살 고양이 짤이가 눈에 띄게 안 좋아보였다. 잘 먹지 않고 움직임이 둔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딘가 표정도 밝지 않았다. 짤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종합검사를 했다. 다른 수치는 건강하게 나오고 있었지만 폐에 침윤이 있었고 만성췌장염 증상이 발견되었다. 비장에 의심스러운 것이 초음파 촬영으로 보였다고도 했다. 약을 사고, 수액과 나비침, 주사기를 사와서 짤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사료와 약을 먹여주고, 매일 피하수액 주사를 해줬다. 우리는 꼼이를 떠나보내기 전에 이미 피하수액 주사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잘 하고 싶었기 때문에 동영상을 찾아보고 알아야 할 것을 검색하여 열심히 읽었다. 그 다음 주에 진료를 받았고, 폐침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침도 하지 않았고, 췌장염 수치도 미약하나마 좋아졌다. 주치의는 비장에 세침흡인검사를 해볼 것을 권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약을 사고, 수액을 사서 짤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

아직 고양이 짤이는 스스로 사료를 먹지 않아서 아내가 나이 든 두 마리 고양이를 하루 종일 시간 맞춰 밥을 먹여주고 있다. 수액을 주사할 땐 두 사람이 함께 고양이 곁에 앉아 쓰다듬어주며 천천히 주사해줬다. 며칠 동안 내가 밖에서 머물러야 했기 때문에 그것도 아내 혼자 수액의 양을 나누어 놓아주고 있었다. 짤이는 금세 회복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 나이 들어버린 고양이들이 쇠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쪼록 고양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바쁜 시월



어제 하루 여덟 시간 반 동안 운전을 했다. 오늘 새벽 두 시 반에 집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운 좋게 비어있는 자리가 있었다) 베이스를 꺼내어 어깨에 메고 집에 올라왔다.

삼십년 전에 나는 악기 가방을 메고 걸어다니느라 양쪽 어깨에 피멍이 사라지지 않았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초조했던 시절, 나는 훗날 연주를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베이스를 등에 메고 얼마든지 걷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주 전에 시골집에서 고구마를 캐고 상자를 실어 날랐던 뒤로 허리 통증이 재발했다. 밤중에 집에 도착하면 차에서 악기 한 개를 꺼내어 드는 것이 힘이 들 정도였다. 나는 타협하고 게을러져서 지난 화요일 이후 악기와 페달보드를 자동차에 실어둔 채로 매일 다녔다. 오늘 새벽 한 주의 일정을 마친 뒤 드디어 차에서 악기를 꺼내어 짊어지고 페달보드는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 이제 목요일에 일본에 다녀와 토요일에 안양, 일요일에 광주 공연을 할 때까지 다시 나흘 동안 악기들은 차에 실려져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바빴던 시월 일정들이 끝난다.

울주에 다녀왔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었다.

네 시간 반 동안 달려 울주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셀 수 없이 많은 산등성이를 보았다. 산이 만든 곡선들이 유난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차에서 내려서는 예상 못했던 추위를 느끼고 옷을 얇게 입고 온 것을 후회했다.

울주 산악영화제에는 몇 번 왔었다. 마지막은 2018년이었다. 태백산맥의 끝단 산바람은 언제나 상쾌한 공기가 떠다닌다.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에 바깥에서 밤공기를 들이마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