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되었다. 고양이 이지는 낮에 잠깐 아내가 입혀본 옷을 입고 있었다. 잘 어울리긴 했지만 어디에 외출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다시 벗겨줬다. 옷에 익숙하지 않은 이지는 몇 걸음 걷는데에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12일 수요일
2021년 12월 29일 수요일
일기장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귀여운 개들, 성격검사
아내는 나에게 MBTI 검사를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자신의 결과를 알려주며 내것도 궁금하다고 했다. 나는 웬만하면 해볼 수 있을 일인데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것으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여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 어쩐지 그것이 새로운 혈액형 종교 같은 기분이 들어서 별로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요즘처럼 그 검사가 인기있기 전에 어떤 계기로 이미 해본 적이 있었다. 네 개의 알파벳 전부가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대신 처음 몇 줄에 적혀있던 나에 대한 설명은 기억한다. 그것에 의하면 나는 '동물을 싫어하고 사업과 이윤에 밝은 사람'이라는데, 어딘가 평행우주 속의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였다.
2021년 12월 23일 목요일
매트릭스: 부활을 보았다.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서둘러 가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시작할 즈음 다른 손님들이 몇 분 들어오긴 했지만 적어도 광고를 하고 있는 동안까지는 상영관 안에 나와 나 때문에 함께 따라와버린 아내 두 사람 뿐이었다. 이십년 전에 처음 나왔던 영화의 뜬금없는 새 시리즈를 관객들은 그다지 흥미있어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두 시간 동안 혼자 킬킬 웃으며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래리 워쵸스키 (모두 워쇼스키라고 하는데, 키아누 리브스가 인터뷰에서 '워쳐우스키'라고 하길래 나도...) 로 시리즈의 처음을 시작했던 감독은 이제 라나 워쵸스키가 되어서 마지막 시리즈를 내놓았다. 당시에는 형제였던 앤디 워쵸스키와 함께 세 편의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자매가 된 그 릴리 워쵸스키 없이 이번엔 라나 워쵸스키 혼자 감독하였다. 나는 영화가 개봉하면 꼭 보러갈 생각으로 그 사이에 앞의 세 시리즈를 다시 보아뒀었다.
이십여년 전에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이 영화에 빠져들었던 나는 2003년에 마무리했던 세번째 시리즈 레볼루션의 결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 이후 한참 시간이 흐른 다음 영화를 몇 번이나 다시 본 다음에야 그 이야기의 흐름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뭔가 끝내지 못한 결말을 보충해주는 마지막 회가 세상에 나와주기를 기다렸었다. 드디어 세상에 나온 네번째 시리즈를 나는 사용설명서를 미리 읽어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쉽게 따라가며 볼 수 있었다. 많이 웃고 아주 재미있었지만, 좌석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아이구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까지 못 갈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너무 관객이 없으니 계속 의자에 붙어서 마지막까지 앉아있겠다고 떼를 쓰기엔 심야에 고생하는 직원들의 눈치가 보였다. 나중에 크레딧 뒤에 쿠키영상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꺼지지 않은 스크린을 지나쳐 나온 것을 후회했다. 주차장에 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더니 이십대로 보이는 친구들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사기를 당한 기분인 듯 불평을 하고 있었다. '영화가 재미있었다'라고 끼어들었다가는 나쁜 경험을 할 것이 틀림없어서 나는 얌전히 볼일을 마치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