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6일 수요일

어린 고양이와 동물병원에.


한쪽 귀가 무슨 일이었는지 구겨진 채로 되어있는 어린 고양이 까미.
귓속을 진료하기 위해 몇 주 동안 동물병원에 다니고 있다.

오늘은 낮 시간에 나 혼자 까미를 데리고 다녀왔다. 고양이의 양쪽 귀가 모두 전보다 많이 나아져있었다. 먹는 약을 잘 먹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수의사 선생님이 말해줬다.

동물병원에 갓난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
까미는 진료를 마친 후에도 이동장 안에서 칭얼거렸다. 이동장을 아기 고양이 앞에 놓아두었더니 두 어린 고양이가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놀았다.


2017년 9월 4일 월요일

늦여름.


자동차 후드 위에 앉아 있는 사마귀를 보았다.
햇볕을 받으며 분명 뜨거울 것이 틀림없는 철판 위에 앉아있었다.

며칠 전에 보았던 사마귀는 초록으로 빛났었다.
그늘에 서있으면 바람이 시원했다.
늦여름이 지나고 있었다.

.

2017년 9월 3일 일요일

두통.


나는 진통제를 잘 먹으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통증이 심해도 가능한 약을 먹지 않고 버텨보았다.
진통제라는 것을 먹으면, 사실은 아픈 것인데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이 싫다고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몇 년 전 치과치료를 오래 받으면서 전혀 고민하는 일 없이 진통제를 먹었었다.
다 됐고, 그런 통증은 정말 싫었다.

이번에는 지난 토요일 동탄에서 공연을 할 때에 시작된 두통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약을 먹었다. 쉽게 사라지지 않아 사흘 째 먹었다. 아직 통증이 남아있지만 약을 먹기 전 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제 아파지면, 나는 부지런히 진통제를 사서 먹으려고 한다.


.

2017년 8월 26일 토요일

좋은 사람들이란.




누군가에게 실망을 하고 마음이 틀어져버리는 일은 큰 사건이나 첨예한 대립 때문에 벌어지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일,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 문득 드러나버린 습관 같은 것에 갑자기 그 사람이 꼴 보기 싫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미워진 그 사람은 사실 아무 잘못이 없다. 처음부터 생각이 반대라거나 이해관계 등으로 내 편이 아니었던 사람에게는 실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은 내가 만들어놓은 기대와 착각으로 사람에게 넌더리가 나고 두 번 다시 보기 싫어질 때가 많다. 정작 상대방은 갑자기 변한 것 없이, 원래부터 그런 상태로 일관해 왔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인간에 대한 불신을 과장하게 된다. 타인을 쉽게 일반화 하고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게 될 수도 있다.


그 반대의 경우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깊은 성찰이나 고양된 인격에 몹시 감명하여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행동,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 그날따라 다르게 들리는 고운 음성, 새삼 느껴진 따스함에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턱대고 호감을 가진다.

역시 알고 보면 그 상대방이 갑자기 훌륭해졌다거나 아름다와진 것이 아닐 것이고, 사실은 모두 내가 만든 환상과 바람을 증폭시켜줄 티끌만한 단서를 내가 발견하여 과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환상이거나 착각이면 뭐 어떤가. 혐오를 느끼는 것과 호감을 느끼는 것의 주체가 남이 아니라 알고 보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세상의 대부분의 것은 대개 아는만큼 더 보인다. 사람을 보는 일이 꼭 그렇다. 좋은 사람이란 지상에서는 누구도 본 적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모두 내가 발견해내고 내가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