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8일 토요일

휴일 보내기.


전혀 계획성 없이 살고 있는 것에 최적화된 나는, 하루를 허비하려면 아예 드러누워 무위를 행하던가 아니면 1분 단위로 쥐어 짜내어 다 써버리기로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냥 계획성 없이 매일 사는 것이지만.

왜냐면 언제나 여러가지 변수가 있으니까. 대개 변명과 구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그 변수의 대부분인거다.

일주일을 조금 힘들게 보낸 탓인지 아침에 눈을 뜨고 창 밖으로 한없이 밀리는 자동차들을 보다가 이내 다시 잠들어버렸다.

그러다 정오에 다시 일어나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 처럼 또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이십 년 만에 만난 옛 친구. 동창생. 그리고 지금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이웃이 되어있는 친구를 비로소 만났다. 그동안 연락만 주고 받다가, 마침 서로 시간이 있었던 덕분에 사내들이 커피집 야외 테이블에 앉았는데 그만 두어 시간을 계속 떠들어댔다. 옆 테이블의 아줌마들이 오히려 조용하셨었다.


친구와 헤어져 다시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미사리로 갔다.
겨울에 새로 공사를 하여 더 예뻐진 이 곳은 자전거를 세워둘 곳도 많고, 무엇보다 도난의 염려도 없다. 잠시 후 (조금도 힘들어하는 얼굴이 아닌) 재근형님이 도착, 나는 시원한 커피를 (또) 마셨다.

몇 시간 전 옛 친구와 수다를 떨었던 탓인지 배가 많이 고파서 하남 입구에 있는 비빔국수집에 들렀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출발했다.


어두워진 길을 오랜만에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어마어마한 날벌레들의 비를 맞았다.
하품이라도 했다면 벌레들을 잔뜩 삼킬 뻔 했다.
부처님이 오셨던 덕으로 즐길 수 있었던 귀한 하루였다.
자전거 길에서 잠깐 멈춰선 어린이들에게 냅다 소리를 질러대던 배 튀어나온 아저씨들 무리들에게도, 전화기를 들여다 보느라 산책을 핑계로 데리고 나온 개가 둑 아래로 떨어진 줄도 모르고 걷던 마스크 쓴 여자분에게도, 비빔국수집에서 음식 값을 낼 때에 굳이 식당 아주머니에게 '내가 목사인데...' 하던 분에게도, 모두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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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음악 듣는 고양이.


순이가 음악을 들으며 자고 있었다.

이 고양이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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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5일 수요일

봄맞이 목욕을 한 고양이.


낮에 아내가 집에 있는 고양이들을 전부 씻겼다고 했다.
꽤 큰 노동이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폭신한 베게를 두어 개 만들만한 털들이 모아졌다.

밤 공기는 시원하고 몸은 몇 달 만에 개운할테니 고양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하고는 그르릉 거리며 잠을 잔다.

내가 틀어둔 음악소리가 거슬리지도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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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4일 화요일

못 만드는 장면이 있지.






<산울림 매니아> 카페에서 어제의 공연 영상을 봤다.
잊고 있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러니까, 저 영상의 장면은 우리가 예정되었던 세 곡을 연주하고 난 후에, 즉흥적으로 한 곡 더 연주했던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 모두 좋아하며 즐기고 있던 평화로운 음악 공연 장면이었는데.
시장님이 함께 일어서서 공연을 즐기다가 급기야 누군가와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기자들이 하이에나 처럼 달려들어 둥글게 원을 만들어 포위하는 광경을... 나는 연주하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우선 서울시장님의 잘못은 조금도 없다. 그분을 두둔하거나 없는 이야기를 지어 칭찬하려는 것이 아니고, 수도 서울의 시장님 정도나 되시는 분이 공연 시작 전 부터 관객과 어린이들 틈에 섞인채 무슨 기둥 곁에였던가에서 그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구경하고 있었던 거였다. 리더님이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하고는 마이크를 통해 '여기 시장님도 와계시네요.'라고 굳이 인사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각종 단체의 '장'들은 그렇게 하는 법이 없었다. 입 아프게 나열해보지 않더라도, 예를 들자면 자리를 선점해놓은 주제에 제 시간에 입장도 하지 않아 객석 맨 앞줄의 한 가운데 자리가 공연 중간 까지 이빨이 빠진 것 처럼 흉하게 비워져 있다거나, 뒤늦게 허리 꼿꼿하게 들고 무대 앞을 가로 질러 들어와서는 천진하게 즐기며 놀던 어린이들을 객석 뒤로 쫓아내어 버린다거나 하던 군수, 시장, 청장, 그리고 또 무슨 무슨 장들을 참 많이 보아왔었다.
공연 중간에 멋대로 마이크를 빼앗아 일장연설 훈화를 늘어놓던 진상 '장'님들은 뭐 말할 것 있겠나.
그러므로, 잊고 있던 이야기는 뭐냐하면 그냥 문화수준이다.
거의 모든 공연에서 가장 세련된 사람들은 언제나 관객이었지, 행사의 주최자라던가 단체의 장이라던가 목 뻣뻣한 자칭 예술인들이 아니었었다.
언론 종사자들은... 그들이라고 뭐 설마 바빠서 음악을 듣거나 연극을 볼 시간이 없었던 젊은 날을 보냈을 리가 있을까. 소위 데스크에서 원하는 그림과 글들이 천박하다 보니, 본인의 감각이라든가 취향 따위를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었겠지.
그것은 사실은 꽤 불쌍한 건데, 그냥 그렇다는 것일 뿐 요즘은 그런 것 따위는 내가 알 바도 아닌거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그림은 우리나라에서는 만들어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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