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2일 금요일

모두 고되게 산다.


아침 아홉시에 밥을 먹고 나와서 열 두 시간을 굶었고, 커피를 다섯 잔 마셨다. 손목이 아프고 허리 통증은 주기가 잦아졌다. 어서 집에 가서 누워버리고 싶었다.
건널목 앞에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발부터 무릎까지 통증이 심했다.
그때 오토바이 한 대가 앞에 나타났다.

헬멧 안으로 볼이 부풀도록 후 후 큰 숨을 쉬는 남자를 보았다. 얼굴에 가득한 피로가 입 안에서 밖으로 튀어나올듯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되게도 살고 있구나. 부디 그 분도 일 잘 마치고 안전히 귀가하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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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1일 목요일

용산.


용산 미군부대 안에서 바라본 남산.

1880년에는 청나라 군대가 이곳에 주둔하며 조선 여자들을 강간하고 약탈했지만 조정에서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고, 일제시절에는 바로 이 자리에 일본군사령부가 들어와 앉아 군사기지를 만들었다. 그것을 이제 미국의 군대가 들어와 그 지역 일대를 미국령으로 만든지 육십년이 흐르고 있다.

이상한 영어를 말하는 한국인들과 어울려 있던 시간이 너무 길고 춥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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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0일 수요일

제주도 리허설.

제주도에 와있다.
두 시간 후에 공연이다.

나무들이 뭐라고 외치듯 흔들린다.
남쪽 끝에 아직 봄은 멀었다고 칭얼대고 있다.
바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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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화요일

합주.


공연연습을 위한 합주였다.
서른 곡을 쉬지 않고 두 번 달렸다.
머리에서는 떠오르지 않던 곡의 구성들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는 어둡고 나직한 음악소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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