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9일 토요일

잠시 머무는 고양이

길에서 주워져 동물병원에서 보호중이었던 어린이 고양이.
보름의 날짜를 다 채워버려 '처분'의 대상이 되어버린 녀석을 아내의 친구분이 거두어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낼 때 까지 맡기로 했다. 고양이를 만져본적도 없었다는 그 분의 두 팔에 버젓이 안겨서 엄마를 만난듯 냐옹거리던 어린 사내 고양이 녀석이 우리집에 며칠 머물고 있는 중이다.
입양하시겠다는 분으로 부터 소식을 받은 모양인데 신중한 아내는 고양이의 새 가족을 까다롭게 선택하고 있다. 그 덕분에 잠시 머물 예정인 어린이 고양이는 난생 처음 멍멍이 형들, 고양이 누나들과 정말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아침에 소파 위에 웅크리고 햇빛을 잔뜩 받으며 깊이 잠든 고양이 꼬마를 보고 조심 조심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깨우지 않으려고 나는 살금 살금 걸어다녔다.

조용한 아침, 집안의 고양이들이 그르릉거리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렸다.


,

2010년 9월 14일 화요일

감전.

앰프에 연결된 악기를 안은채로, 아이팟 터치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전기 충격을 느꼈다.
손에 쥔 것을 빨리 내려놓지 못하고 몇 초간 전기를 더 받아들였다. 팔을 흔들어 기계를 떨구고 정신차려보니 한쪽 발로 9볼트 어댑터 끄트머리를 밟고 있었다. 괜히 혼자 엄살을 부린 것 같았다.

콧속에서 머리카락 타는 냄새와 함께 양쪽 눈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지만, 어휴, 내가 전기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 바람에 세수 한 번 더 하고, 하던 것을 주섬주섬 정리하고, 알람을 맞춰두고, 내일의 긴 일정을 구구단 외듯 한 번 죽 읊어보았다.
오늘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전기충격으로 기절했다면 아마 푹 잤을텐데.



,

2010년 9월 10일 금요일

이가 아프다.

미련한 습성은 나이 먹는다고 배워지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미련 곰탱이임에 틀림 없다. 
그저 피곤이 쌓여서 잇몸이 부었나 했더니 지금 하루가 넘게 치통에 시달리는 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

2010년 9월 9일 목요일

어린 연주자

한 번 좋은 것의 맛을 보게되면 그것이 그대로 기준이 되어버린다.
그동안 운 좋게 좋은 드러머 분들을 겪어오다보니 음악도 모르고 아직 갈 길이 먼 어린 드러머 친구와 연주하는 것은 마치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내 어릴적에 나를 토닥거려주시던 선배 분들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내가 밀고 끌고 올라가보아야 직성이 풀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적어도 음악을 연주하려 한다면 음악을 사랑하는 법 부터 배우면 좋겠다. 음악을 말과 글로 배우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