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5일 일요일

윤기형님과 함께

드러머 강윤기 형님의 합류.
나는 윤기 형님과의 첫 만남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분과의 연습과 공연은 짧은 몇 주였지만 그 경험으로 나는 배운 것이 많았다.

육 년 전의 이야기...

몇 년이 지나서 세션이나 녹음도 아니고 이 분과 함께 밴드를 하게 되었다니, 현실감 없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으신 55세의 베테랑 드러머인 이분은, 우리들과 함께 만났던 첫 날 부터 아이폰에 무척 관심을 보이더니 이제는 아래와 같은 그림이 되어버렸다.

윤병주, 이상훈, 최원식, 강윤기
커피집에 모여 앉으면 늘 양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아이폰질을 하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윤기형님의 표현이다.
대기실에서도 음악 이야기, 공연 후 식당에서도 음악 이야기, 아이폰 이야기, 다시 심야의 커피집에 모여서도 음악 이야기, 연주 이야기.
밴드 생활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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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2일 목요일

고양이의 정(情)

고양이 꼼은 작은 몸집이었던 어린 시절에 순이를 만났다. 지금은 순이보다 두 배나 몸집이 커져버렸다. 
꼼은 순이가 입원한 뒤로 쓰레기통, 가구 아래, 방석 밑 (그런곳에 고양이가 숨을 수 있을리 없잖아, 바보. ) 을 들쑤시며 순이를 찾아다녔다. 방문 열고 들어가 구석 구석 들여다보고 두리번거리다가 다른 방으로 뛰어가보기도 했다. 자다가 일어나서 소리내어 불러보기도 했다. 순이를 찾느라 꼼의 표정이 초조해져있었다.

이 넘이 퇴원한 고양이를 그루밍해주려다 실밥을 풀어버릴까봐, 얘한테 갓을 씌워줘야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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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가 수술을 받았다

고양이 순이는 수술 잘 받고 회복중... 배에 바느질자국을 하고는 집에 가겠다고 떼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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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1일 수요일

순이가 아팠다

나는 아둔하고 무뎌서 자주 눈치도 없다. 그런데 고양이가 몸이 아프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몇 해 전 꼬마 고양이가 집에 새로 왔을 때에도 어쩐지 어딘가 불편해보여서 쓰다듬다가 뭔가 많이 아파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알고보니 서두르지 않았으면 심각했을 수도 있었던 피부 종양이었다. 어린 고양이 주제에 길게 바느질 자국을 얻은채 집에 돌아왔었다.

이틀 전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너무 피곤한 상태로 집에 왔을 때에 일곱살짜리 고양이 순이가 나를 쨘 올려다보고 있었다. 보통은 그냥 인사를 하고 반가와해주거나 하는데 한참을 눈을 맞추고 뭐라고 하는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땐 뭐 그냥 '일찍좀 다녀라.' 정도의 의미였나 했었다. 그런데 새벽에 순이를 토닥토닥해주고 잠을 자러 방에 들어가려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서 아내에게 그랬었다. "얘가 어디 아픈 것 같아. "

다음 날 낮에 볼일을 위해 밖에 나왔는데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아내 목소리... 순이가 많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약을 받고 수술을 예약했다. 고양이에게 약을 잘 먹이는 아내 덕분에 순이는 항생제를 받아먹고 열이 조금 내리기도 했다.
몇 시간 전, 고양이를 입원시키고 집에 돌아왔다. 수술은 내일 낮. 나는 밤중이 되어서야 돌아올테니 회복하고 있는 순이를 보러 가게 될테지.

집안은 철없는 어린 고양이가 철이 들다만 다른 고양이와 이리 저리 뛰느라 잠시 소란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그러고보니 칠 년 동안 언제나 나갔다 돌아오면 샴고양이 순이는 반가와하며 인사를 했었다. 순이가 집에 없으니 많이 허전했다.

순이는 수술하기 위해 열 두 시간을 굶어야했다. 입원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듯, 순이는 저녁에 평소 안먹던 깡통사료를 남김없이 먹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도 다 보았다고 아내가 말해줬다. 자, 준비 끝~ 이라는듯이 이동장 안에 걸어들어가 앉은 것을 사진찍었다고.

수술 잘 받고 어서 나아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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