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7일 일요일

리허설.


5일 저녁의 리허설. 녹화가 있었던 하루 앞의 날에는 재즈베이스를 사용했다. 사흘 중 녹화가 없었던 첫날과 마지막 날에는 Moollon의 5현을 썼다. '열 두 살은 열 두 살을 살고...'를 위해 플렛이 없는 프레시젼을 사용했다. 앰프에 마이크를 설치해줘서 고마왔다. D.I.를 따로 연결해둔 것으로 보아 편집과정에서 소리를 섞을 것이다. 수 년 동안 수많은 공연을 경험한 스페이스 공감 팀에게는 이제 매뉴얼을 몇 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과 요령이 쌓여있는 것은 아닐지.
이틀 동안에는 Big Muff 퍼즈를 사용했다. 공연 1분 전에 갑자기 짧은 베이스 솔로를 해보라는 주문이 있었다. 퍼즈를 사용해서 연주... 그 장면이 방송분에 담겨있게 될지 모르겠다.

심야에 이어진 클럽의 파티에서 어느 밴드의 한 친구가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 베이스를 사용했다. 그것이 그들 사이에서는 관용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무례한 행동이었다. 거기에다 피크를 쥐고 마구 연주를 해버리는 바람에 나무 재질로 되어 있는 5현 베이스의 픽업 커버에 흠집이 나버렸다. 나는 그 베이스의 피크가드를 떼어낸 채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아무리 큰 동작으로 연주를 해도 바디에 손끝이 닿지 않게하는 요령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피크가드가 있어야할 부분의 바디에도 흠집이 나버렸다. 내 악기를 간수하지 못하고 아무데에나 세워뒀던 나의 잘못이었군, 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지만, 이제부터 그 흠집들이 눈에 보일 때 마다 신경이 쓰일 것이다.

타인의 악기를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자신의 사운드와 연주에 민감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내 속이 좁은 탓이겠지만 흠집을 볼 때 마다 그날의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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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6일 토요일

공감 공연.


재미있게 연주했으니 그것으로 좋다, 라고 할 수는 있지만, 이튿날의 것은 너무 재밌게 하려고 했던 느낌이 들었다. 몰입되었던 느낌을 놓치거나 멤버들간의 교감이 흐트러지거나, 몇 개의 음의 실수도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하필이면 그 날의 연주가 방송에 쓰이기위해 녹화되어버렸다.

그 다음날의 비공개 공연은 훨씬 차분했어서 연주의 질만으로 보자면 사흘 중 제일 좋았다. 이미 흘러간 물이었다. 흥이 넘치던 하루 전의 그림 위에 오버더빙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
솔직한 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즐거웠고, 연주상의 결함이 보인다고 해도 날것 그대로 기록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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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공감.


곡마다 악기를 바꾸기 귀찮아서 그냥 모두 플렛리스로 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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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중독.


고백하자면, 나는 그냥 클럽 같은 곳에서 매일 밤 연주하는 것이 꿈이었다. 여전히 그렇다.
연주하고 음악 일을 하는 것으로 살고 있으니 절반은 비슷하게 되어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꿈은 멀다.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비슷할지도 모른다.

지난 밤에는 약속되지 않은 연주를 즐기며 재미있어하기도 했고, 적당히 취한 동료들의 소리를 들으며 흔들거리기도 했다.

모르는 얼굴들, 새로 인사하게 된 친구들 할 것 없이 즐거워하기 위해 모였던 자리였으므로 편안했다.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 못하는 것은 치명적이기도 하지만 인사를 할 때마다 새롭기도 해서 뭐 괜찮은 것이군, 했다. 지난 밤에는, 사이 마다 쉬기도 하고 마시기도 했지만... 일곱 시간 정도는 계속 연주를 한 셈이었다.
무대 위에 맥주와 재떨이만 계속 준비된다면 열 두 시간 정도는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겨우 그 정도로도 사실은 고단했다. 피로하고 지쳐서 그만 많이 자버렸다. 그렇지만 또 전화가 걸려와서 연주하러 나오라고 한다면, 얼른 악기를 들고 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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