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번이 정해져있는 것은 없지만, 대개 먼저 깨어난 사람이 만드는 것으로 되어버린 커피 한 잔. 내가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맛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아무래도 내가 아내보다 잘 하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저 커피 콩을 간다거나 하는 단순 작업이나 하고 있다.
관심이 일면 배우게 되고 알게 되면 사랑하게도 된다. 아내는 초록색 풀들을 집안에 하나 둘 데려오면서 살뜰히도 보살피고 가꾸더니, 잠깐 동안의 외출 내내 길 옆의 나무 골목 어귀의 풀들을 헌책방에서 책을 고르듯 보고 있었다. 헝겊과 솜들, 털실들, 고양이들, 풀과 꽃들이 집안에 어우러져 오후 내내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