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살이 점점 더 붙어서, 이곳 저곳이 무겁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코의 윤곽이 보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양쪽 볼 사이에 깊숙히 파묻힐지도 모른다.
늦봄의 공연 이후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피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번에 모든 것을 잘하지 못하는 모자란 재능 탓에, 피크를 몇 달 사용했더니 금세 핑거링이 부자연스러워졌어서 두어 달은 계속 손가락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한 분이 '공연 잘 봤습니다. 피크 있으면 한 개 주세요'라고 하셨다. 공연을 보고 있었다면 손가락으로 연주하고 있는 것도 알았을텐데...라고 생각했다.
소심하고 불안해하는 성격의 큰언니 고양이는 함께 산지 일 년. 이제서야 큰언니 고양이는 안심을 하고 '여기가 내 집이구나'싶은가 보다. 다른 고양이와 지내는 것도 서툴고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기도 더뎠어서, 늘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기 싫어했다. 이제는 걸핏하면 밖으로 나와서 다시 들어가기 싫어하는 바람에 다른 고양이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문득 컴퓨터 스크린 너머로 흰색 귀 두 개가 보였다. 고양이는 한참 동안 기계를 베고 누운채로 곁을 떠나지 않았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메우더니 리허설 때 부터 비가 내렸다. 습하고 더웠다. 여름마다 비내리는 날의 공연을 한 두 번씩 하고 있다. 비옷을 입고 관객석을 메운채 흥겨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보여서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은채 올라가 음악 중간에 관객들의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만 잊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