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8일 금요일

순이와 음악.


어제 제법 피로했어서 조금 많이 잤어야했다.
오늘은 공개방송이 있어서 오후 부터의 리허설과 공연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잤어야했다.
그런데 그만 이른 아침에 깨어버리고 말았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왜 잠이 모자란 날에는 늘 더 일찍 잠을 깨어버리게 되고 마는 걸까.
오늘 아침에는 고양이 순이 때문에 일찍 깨었다. 창밖이 밝아질 때부터 어찌나 칭얼거리고 몸을 부비는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덥썩 안아서 들고 나와버렸다. 나는 소파에 앉아 졸았고, 순이는 두 시간째 무릎 위에서 내려가지도 않고 그릉그릉거렸다. 그러더니 얄밉게도 햇빛이 따사롭게 내리고 있는 테이블 위에 자리를 잡고 잠들어버렸다.

고양이 순이는 피아노 음악을 좋아한다. 
나와 순이가 작은 오피스텔 방에서 살 적에 어린 고양이 순이를 혼자 두고 나오기가 안스러워서 작은 음량으로 라벨이나 빌 에반스의 피아노를 틀어두곤 했었다. 그 후에 잠시 더 작은 방에서 한 달을 머물때에는 아예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고 문을 닫으면 곧 어둠속이었다. 불을 켜두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순이가 걱정되어 컴퓨터의 모니터를 켜둔채 피아노 음악을 틀어두고 외출을 하곤 했었다.
정말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고양이 스스로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겠지만, 과거의 기억 때문인지 순이는 피아노 음악을 틀어두고 있으면 표정이 온화롭다.
최근에는 우연히 Keith Jarrett 의 La Scala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들었다. 도중에 순이가 잠든줄 알았는데, 마지막 곡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그루밍을 했다.
순이가 좋아하는 피아노 음악 목록에 이 음반도 함께 넣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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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4일 월요일

방안의 고양이 꼼.

어두운 방 안에 들어섰을때, 깜짝 놀랐다.
새어들어오는 빛을 맞으며 고양이 꼼이 조용하게도 앉아있었다.
언제나 심심한 어린 고양이가 나를 보더니 반가와하며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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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을 선물받았다.

까만 고양이가 주인마님의 새집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부디 건강하게, 어리광 잔뜩 부리며 잘 살길. 몇 개월간 함께 지내며 즐거웠다.

명색이 새집 첫 방문이었는데, 그만 한밤중에 생각없이 빈손으로 다녀오고 말았다. 그런 주제에 돌아올때엔 오히려 선물을 잔뜩 받아들고 나왔다. 염치라고는 전혀 없는... 손님이 되었다.

조금 이상하지만, 그런 미안한 마음으로 얼른 커피를 만들어서 한 잔씩 예쁜 컵에 따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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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2일 토요일

사진.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면서 사진파일들도 함께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찍은 사진들에는 사람이 담겨있는 사진들이 별로 없었다. 
온통 고양이 사진들뿐.
날씨 좋은 봄날에 카메라 들고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으며 다니거나 하는 생활은 전혀 없고, 집안에서 엎어져 자거나 노닐고 있는 고양이들이나 촬영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아내와 나, 두 사람이 함께 담겨있는 사진은 거의 없다.

한번도 '놀러' 나가본 적도 없으니 당연다. 
사진은 무슨 사진. 최근 오랜만에 함께 했던  '낮의 외출'은 겨우 아는 분의 결혼식이었다. 그나마 서둘러 돌아와 한 사람은 집에 두고서 나는 일하러 갔었다.

아내와 함께 산보도 다니고, 가까운 사람들도 먼저 찾아다니며 만나며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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