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8일 금요일

대구 공연 리허설.

리허설하는 내내 동굴 속처럼 모든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베이스앰프의 베이스 노브를 거의 1까지 줄여야 했다.


공연 후에.



한 달 동안, 베이스 줄을 4 셋트 소모했다. 대구에 가기 전날에 마지막 줄 셋트를 써버려서 여분의 베이스 줄이 없어서 조금 불안했다.

깊이 잠을 잔 적이 없었어서 마지막 공연엔 피로가 제법 쌓여있었다. 4 시간 가까이 장거리 운전을 한 까닭이기도 했겠지. 그런데에다, 공연이 끝난 후에 제법 술을 많이 마셨다.

올해 초 부터 체중이 줄어서 몸이 가벼워졌었는데, 4 개월만에 다시 살이 쪄버렸다. 어쩌면 이렇게 금세 옷이 꽉 끼여 조이고 행동하는데에 부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게다가 공연 내내 서있다가 보면 발목이 아프다. 공연사진에 찍혀있는 사진을 보면 얼굴이 더 둥글게 되어버렸다. 겨우내 더 통통해지기 전에 살을 빼야지.

2007년 12월 26일 수요일

나쁜 소리일때.


지난 주의 H 공연장에서는 소리가 좋아서 모두들 편안하게 연주했다.
이번 대구의 공연장은 그보다 크고 넓었다. 소리의 잔향이 너무 심해서 연주하기에 많이 힘들었다.
운동경기장이라던가 산이나 건조물을 마주보고 있는 야외공연장에서도 잔향이 너무 많아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 악기의 소리들은 귀여운 강아지가 되어버린다. 어떤 음을 치면 그 소리들은 공을 던지면 열심히 달려가 그것을 물고 다시 내가 서있는 곳까지 충성스럽게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모든 악기의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공간에 윙윙거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불편했지만 적응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다. 경험으로 배워뒀던 몇 가지의 방법들이 제대로 적용되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다른 연주자의 모니터 스피커 소리를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들을 수 있도록 내 모니터의 레벨을 줄여주는 일이다. 그리고 베이스 앰프의 Low EQ를 과감하게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잔향이 너무 많은 공간에서, 이렇게까지 저음을 희생하면 과연 베이스 소리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줄여주는 시도를 해보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

2007년 12월 24일 월요일

레슨실에서.



1. 휴일의 사이에 끼워진 월요일 저녁. 오후에 학원에 나와봤더니 이런 날에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학생들이 가득.... 할 리는 없고, 몇 명만 복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젊고 시간이 많아서 그렇겠지만, 그렇게 대충 대충 뭔가를 성취해보겠다는 생각이라면 반드시 음악이라는 것을 공부할 필요는 없지 않겠니,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2. 말하기를 바로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발음이나 말의 습관을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고, 생각을 탓하는 것이다. 음악이란 말을 배우는 것과 같다.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차근 차근 제대로 말하기를 배워야 옳다. 색소폰이라고 쓰고 말해야 바르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해줘도 꼬박 꼬박 섹스폰이라고들 한다. 섹스를 하면서 전화를 건다는 의미가 아니라면 좀 읽고 쓰는 버릇이라도 해보렴. 여전히 전기 기타, 일렉트릭 기타를 그냥 일렉이라고 부른다. 그들중 아무도 그냥 Drum이라고만 쓰면 두드리는 북 한 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 반드시 Drums라고 써야만 온전한 드럼 셋트를 의미하게 된다. 노래의 곡목을 쓸 때에 각 단어의 첫 철자를 대문자로 써야한다는 것도 그들은 '배우지 못해서' 모른다. 가르쳐주지 않아서, 漢時의 운율이라든가 소넷트는 14행시라는 것은 (이런 시대에는) 알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영어가사의 Rhyme은 이해해야 한다. 적어도 영어가사 노래를 발음을 잔뜩 굴려가며 부르고 있으려면 말이다.

3. 학원의 레슨을 잠시 쉬겠습니다,라고 굳이 인사까지 하고 갔던 학생들이 곧 다시 돌아왔다. 새로 들어와 시작하는 학생들도 계속 늘어난다. 다시 레슨을 하려는 학생들은 반갑다. 그러나 씁쓸하다.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레슨을 받았으면 혼자 실력을 연마할 수 있도록 해줬어야 좋은 선생이었을테다. 새로 시작하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도 반갑지만 씁쓸하다. 무슨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냥 가요요, 라고 하던가 '찬양'이요, 라고 한다. '집에 가라'라고 해주고 싶은 충동이 울컥 치민다. 역시 별로 좋은 선생이 아닌 까닭일테다.
갈등이 있다. 기왕에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므로 나는 더 잘 가르치고 싶다. 그들에게 해줄 이야기들은 그칠줄 모르고 떠오른다. 그러나 문득 문득 이런 일은 그만두고 나는 자꾸 음악의 여행을 하러 다니고 싶다. 훌쩍 악기를 들고 떠나버리는 꿈도 꾼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레슨이란, 수 개월, 수 년 동안 끊임없이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연습하고 어떻게 음악을 들으며 연주할 것인가에 대해 책을 내밀어 주면, 책장을 넘겨가며 읽는 일은 학생의 몫이다.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못하는 선생이 되어서 나는 부끄럽다. 그 때문에 그들은 계속 부모의 돈을 들여, 혹은 고생하며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들여 일 년이 넘게 레슨을 받는다. 학생의 숫자는 늘어만 가고... 모르는 사람들은 나더러 더 많이 벌테니 좋은 일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숫자가 쌓여갈 수록 나는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