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3일 일요일

무대 뒤에서.


올 봄에 이 곳에서 공연을 했었다. 그때에도 적어두었던 기억이 나는데, 십여 년 전에 (정확히는 그보다 더 오래되었더군요...) 나는 이 공연장의 무대 뒤에서 허드렛 일을 하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연주자들에게 제공되는 음료수를 나르고 악기를 설치하고 공연 내내 무대 곁의 커텐 뒤에 서서 연주를 지켜보며 심부름을 했었다. 몇 번 같은 공연장의 무대에 서보니 마치 자주 오던 장소라도 되는 듯 편안했다. 이 무대 곁의 커텐 뒤에서 쳐다보이는 내 모습이 궁금했었는데, 고맙게도 사진을 얻게 되었다. 뷰파인더로 내가 서있는 무대 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 자리에 선채로 몇 시간이고 연주를 구경하던 어릴적 내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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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공연.

한 해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연말의 공연들을 하면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계속 무대에서 생활하는 것이 즐겁고 좋지만, 집에 남겨둔 고양이들에게 매일 미안해하고 있다.
공연을 다 마치고 며칠 쉴 때엔 고양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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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2일 토요일

편안한 고양이.

잘 먹고 잘 뛰어노는 꼬마 고양이가 부럽게 보였다.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한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 살게 되어 행복해졌다면 참 좋겠다.
하루 종일 까불고 장난만 치려는 고양이 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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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9일 수요일

평화로움.

조금만 더 자고 싶었는데 외출해야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고양이 순이가 곁에서 내 얼굴을 앞발로 꾹꾹 찔러보고 있었다. 나는 순이를 와락 끌어안고 선잠을 조금 더 잤다. 직전의 상황은 같은 자리에 순이 대신에 양아치 고양이 꼬맹이가 있었다.
낮에는 집안의 고양이들을 전부 목욕시켰다. 순이가 끝없이 투덜거리면서 씻겨지고 있는 동안 다른 고양이들은 욕실 문 앞에 줄지어 서서 근심어린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하여 욕실 앞에 줄을 선 순서대로 한 마리씩 목욕을 했고, 그 털북숭이들을 말려주고 닦아주느라 여러 장의 수건이 흠뻑 젖었다.
겨울의 정오 무렵. 창문에는 햇살이 가득하고 목욕을 마친 고양이들은 기분이 좋아져서 각자 자리를 잡고 졸기 시작했다. 기껏 아내가 바닥 청소를 해놓았더니, 빗질이 끝난 뒤에 굴러다니는 고양이 털들로 다시 어지러워졌다.
마음도 개운해졌고, 차가운 강바람이 불고 있는 한 낮의 공기가 상쾌했다. 잠들어 있는 고양이들을 하나씩 쓰다듬어 줬다. 평화로운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곧 악기를 들고 집을 나와 일터로 떠났다. 아내는 아마 다시 청소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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