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8일 일요일

병원에서.



나는 귀찮아서 병원을 가지 않고 버텨보려하다가 드디어 두통과 기침까지 시작되었다.
이렇게 게으름만 피우는 사내와 함께 있으려면 참을성이 아주 많아야할 것 같다....라고, 뻔뻔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아내가 약을 사다주고 뜨거운 국을 해줘서 그것을 받아먹고 겨우 나아가고 있다.

눈이 시리고 몸은 으슬거려서 운전은 커녕 집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지만, 배를 꿰맨 채로 낫기를 기다려야하는 꼬마 고양이를 태우고 동물병원으로 나섰다.

고양이는 주사를 몇 대 더 맞고, 회복이 빠르니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한 주일 후에 실밥을 제거하러 한 번 쯤 병원에 들러보면 된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아내는 팔기 위해 진열해놓은 (아무리 잘 포장해서 말한다고 해도 결국 그런 것이다) 새끼 고양이들 앞에 선채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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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졌다.


아침 일찍, 나는 주차해둔 자동차를 옮겨 놓기 위해 밖에 나갔었다.
어제밤에 자리가 없어서 다른 차를 가로막아 놓았었다. 그대로 두고 아침에 잠들었다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이어서 적당한 빈 자리가 생겼을만한 시간을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두꺼운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코 끝에 겨울 냄새가 훅 하고 들어왔다. 추워졌다. 몸살 기운으로 갑자기 몸이 떨리기도 했지만 기분 좋았다. 여름에는 속절없이 비가 계속 내려야 좋고 겨울에는 추워야 나는 좋다. 그런데 비가 내리고 추워지면 곤란을 겪는 분들이 있을테니 마냥 좋다고만 하는 것도 죄스럽다.

집안에 다시 돌아오니 따뜻한 공기가 그윽했다. 고양이들은 밖의 사정이 어떤지도 모른채로 사이좋게 흩어져 잠자고 있었다. 환자 고양이 꼬맹이는 제일 따뜻한 방 안에서 길게 늘어져 자고 있었다.

이 집의 사람 여자 한 명은 잠을 설치며 고양이의 약을 네 번 먹이고 사람 사내의 약을 챙겨 먹이고, 사료를 여러 번 덜어주고 밥을 여러 번 차려 주느라 휴일을 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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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자국

꼬맹이 녀석의 배에 남겨진 바느질 자국.

아내가 꼬맹이 고양이 녀석을 가리켜 '옆구리 터진 넘'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건 좀 심했다고 생각했다.
옆구리 꿰맨 놈이라고 해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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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7일 토요일

엉겨붙는 고양이.


함께 살기 시작한지 불과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큰 일들만 만들어내고 있는 꼬맹이 고양이.

갑자기 입원하고 수술을 해야했던 날의 장면이다. 자꾸만 사람의 베게를 차지하고 잠을 자는 바람에 녀석을 번쩍 들어 다른 곳에 놓아두고 누워야하는데 그러면 아예 사람 위에 올라와 치근대다가 잠들곤 했다. 배에 실밥자국이 주루룩 생겨버린 지금도 그 버릇은 여전하다. 은근히 무거워서, 반드시 잠을 설치게 된다.

'기존 질서 개무시'를 삶의 자세로 삼고 있는 꼬맹이 녀석은 이제 어른 고양이들의 잠자리도 제 멋대로 차지하고 잠을 잔다. 어른 고양이들은 뭐라고 하지도 않고 자리를 비켜주거나 함께 엉덩이를 대고 자거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