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8일 일요일

추워졌다.


아침 일찍, 나는 주차해둔 자동차를 옮겨 놓기 위해 밖에 나갔었다.
어제밤에 자리가 없어서 다른 차를 가로막아 놓았었다. 그대로 두고 아침에 잠들었다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이어서 적당한 빈 자리가 생겼을만한 시간을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두꺼운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코 끝에 겨울 냄새가 훅 하고 들어왔다. 추워졌다. 몸살 기운으로 갑자기 몸이 떨리기도 했지만 기분 좋았다. 여름에는 속절없이 비가 계속 내려야 좋고 겨울에는 추워야 나는 좋다. 그런데 비가 내리고 추워지면 곤란을 겪는 분들이 있을테니 마냥 좋다고만 하는 것도 죄스럽다.

집안에 다시 돌아오니 따뜻한 공기가 그윽했다. 고양이들은 밖의 사정이 어떤지도 모른채로 사이좋게 흩어져 잠자고 있었다. 환자 고양이 꼬맹이는 제일 따뜻한 방 안에서 길게 늘어져 자고 있었다.

이 집의 사람 여자 한 명은 잠을 설치며 고양이의 약을 네 번 먹이고 사람 사내의 약을 챙겨 먹이고, 사료를 여러 번 덜어주고 밥을 여러 번 차려 주느라 휴일을 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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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자국

꼬맹이 녀석의 배에 남겨진 바느질 자국.

아내가 꼬맹이 고양이 녀석을 가리켜 '옆구리 터진 넘'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건 좀 심했다고 생각했다.
옆구리 꿰맨 놈이라고 해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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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7일 토요일

엉겨붙는 고양이.


함께 살기 시작한지 불과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큰 일들만 만들어내고 있는 꼬맹이 고양이.

갑자기 입원하고 수술을 해야했던 날의 장면이다. 자꾸만 사람의 베게를 차지하고 잠을 자는 바람에 녀석을 번쩍 들어 다른 곳에 놓아두고 누워야하는데 그러면 아예 사람 위에 올라와 치근대다가 잠들곤 했다. 배에 실밥자국이 주루룩 생겨버린 지금도 그 버릇은 여전하다. 은근히 무거워서, 반드시 잠을 설치게 된다.

'기존 질서 개무시'를 삶의 자세로 삼고 있는 꼬맹이 녀석은 이제 어른 고양이들의 잠자리도 제 멋대로 차지하고 잠을 잔다. 어른 고양이들은 뭐라고 하지도 않고 자리를 비켜주거나 함께 엉덩이를 대고 자거나 하고 있다.

내 고양이.


깊은 밤이 되면 나는 혼자 한 쪽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잦다.
가능한 소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해 방문을 닫아두고 창문도 닫는다. (사실은 요즘 추우니까)
다른 사람과 고양이들은 집안의 다른 곳에서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잠을 자고 있다.
다만 고양이 순이는 나와 함께 방에서 밤 시간을 보낸다. 내 곁에서 졸다가, 일부러 가까이 다가와 참견을 하다가, 장난을 걸다가, 다시 근처에 누워 잠을 청하더라도 늘 함께 있어준다. 음악소리가 거슬리면 구석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을 잔다. 몸을 길게 펴고 편하게 자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인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좀 미련해보이기도 한다.

커피를 만들어 놓으면 적당히 식을 즈음 발로 찍어 먹어보거나 한다. 요즘은 대담하게 컵에 머리를 박고 훌쩍 훌쩍 마시기도 한다.
기타를 치고 있을 때에 무릎 위에 올라와 앉는다.
하던 일을 멈추고 순이야, 하고 부르면 눈을 마주치며 그르릉 소리를 낸다.
나와 함께 지내는 몇 년 동안 고양이 순이는 하루도 어김없이 내 곁에 함께 있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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